포항에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 외지 건설업체가 아파트 분양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입주자와 바지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순수 입주자들은 높은 분양율만 믿고 계약한 것은 물론 이같은 바지계약으로 인해 로얄층은 고사하고 저층으로 배정받는 손해까지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건설업체와 입주자간의 심각한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포항시 북구 양덕동 H 아파트.

최근 이 아파트 입주자들은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 아파트 분양 당시 시공사가 부동산 업체에 500만원씩 제공한 뒤 계약자 모집에 나섰었다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기 때문.

한 아파트 입주자는 “바지계약을 한 이들이 중도금 대출이 연체됐다는 문의가 잇따르자 부동산 업체에 항의했고, 부동산 업체는 시공사에 이 사실을 말해 뒤늦게 이들을 일괄 해지시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바지계약 한 128세대가 로열층을 선점해 뒤늦게 계약한 사람들이 저층을 계약할 수밖에 없는 등 피해를 봤고, 이 사실을 안 미 입주자들은 입주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자들에 따르면 총 375세대 중 현재 실제 입주한 세대는 60~70여세대에 불과하다는 것. 이중 20여세대는 시공사를 통해 전세로 입주한 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입주자는 “포항시에 신고된 분양률은 84%였지만 실질적인 분양률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집을 마련했지만, 집값 하락은 물론이고 빚밖에 남지 않아 분통이 터진다”고 호소했다.

현재 아파트 입주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12일 오후 1시 아파트 정문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시공사에 대책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중도금 이자도 내지 않고 미입주한 세대에 대해서 해지를 한 것이지 바지계약을 무마하기 위해 해지한 것이 아니다”며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주자들과 다양한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고 해명했다.

/김남희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