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사람이 불면증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필자와 운동을 같이하는 지인 가운데도 불면증을 호소하며 대책을 상담해 오는 분이 있다. 테니스 3~4게임 정도의 새벽 운동을 거뜬히 소화시키며 낮잠도 자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불면증은 아닌 것 같은데 본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우울증 환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면제 복용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진정한 불면증 환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불면 공포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 나이 든 사람의 수면 생리를 이해하고 수면에 대한 올바른 상식만 가졌다면 특별히 염려할 일은 아닐 것 같다.

▲불면증이란 공포증

불면증이란 어쩌면 수면 공포증이라고 어떤 전문인은 표현하고 있다. 잠을 자지 못해 고통스러운 것보다는 잠을 잘 자고 난 아침에도 오늘 저녁 잠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필요 없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괴로워하는 공포증이라는 것이다. 이런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남이 보기에는 분명히 잠을 잘 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잠 한숨 못 잤다고 늘 불평하는 타입이다. 불황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불황 자체에 대한 불안 그 자체가 무서운 것처럼 불면증이란 잠을 자지 못한 문제가 아니라 잠을 못 자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4시간만 자도 정상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리현상에 변화가 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면습관도 변화한다. 신생아는 하루 16시간 잠자는 것이 정상이고, 4세 어린이는 10시간 자는 것이 정상이며 청년기에는 8시간 자는 것이 정상이듯 중년을 지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하루 3~4시간만 자도 정상일 수 있다.

수면시간에 대한 만족도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다. 하루 4시간만 자면서도 잘 자고 있다고 스스로 유쾌해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하루 7시간씩 자면서도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자학적 피해망상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불면증이란 오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대부분 노년층이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잠을 푹 자는 것이 상책이라는 젊은 시절의 선입견 때문에 많은 노인은 수면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 한 번 잠이 들면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자는 것이 젊은 시절의 정상생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잠이 들기 어렵고 자다가도 자주 깨며, 새벽잠이 없어지는 것은 이른바 노년기의 정상생리다.

더구나 밤잠이 짧아진 대신 낮잠을 자주 자게 되는 것도 노년기의 정상생리이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많은 분이 사실은 잠을 잘 자는 정상인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건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불면증이라고 생각하는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이유는 잠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꿈이 많아도 불면증은 아니다

흔히 불면증환자 중에는 꿈을 꾸고 자기 때문에 자나마나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잠자는 동안 꿈을 꾸는 것은 그것이 악몽이든 길몽이든 유익한 생리현상이다. 우리의 오장육부는 잠자는 동안에도 활동을 계속 하고 있는데 꿈을 꾸는 동안을 이용해 오장육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 꿈이 없는 잠은 오히려 비정상 수면이다.

▲인체는 잠이 필요하다면 오게 돼 있다

노년기의 불면증 가운데는 우울증으로 인한 경우도 많다. 인생을 통해 추구하던 욕구가 사라져버린 노년기의 삶 속에서 자칫 잘못하면 우울증에 걸리게 되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울증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있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불면증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실은 존재치 아니하는 대상에 대한 공포증이라 할 수 있겠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잠을 억지로 청하기보다는 며칠간이라도 무슨 일이든 일을 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이 부족해도 염려할 것 없다. 우리 인체는 잠이 필요해지면 스스로 잠이 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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