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마루에 앉아보니` 도시 답답함이 `싹`
잠자리·화장실 불편하지만 여유로운 삶의 매력에 흠뻑

주말인 8일 오후 2시께 안동시 와룡면 오천군자리.

경남 통영에서 이곳을 찾은 이성길(40)·김종숙(34)씨 부부는 광산김씨 종택의 별당인 후조당(後彫當)에 짐을 풀었다.

뙤약볕이 한창이지만 이씨 부부의 초등생 두 자녀들은 난생 처음 들어가 보는 기와집과 고택 정원의 분위기에 마냥 들떠 뛰어다녔다. 잔디가 잘 손질된 정원은 꽃과 나무가 소박한 어울림을 자아내 군자의 단아한 자취를 느끼기 충분했다.

이날 오전 봉화은어축제를 거쳐 고택체험을 위해 안동을 찾았다는 이들 부부는 “고택의 멋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이들은 잠자리와 화장실, 씻는 것이 현대생활에 비해 모두 불편하지만 바로 그 점이 매력있고, 여유없이 살아온 생활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시골 출신인 저는 통영의 아파트 집에서 자주 느끼는 답답함을 후조당 누마루에 올라서서 한 번에 날려버렸습니다. 정말 좋네요”라고 운을 뗐다.

이를 받아 아내인 김씨는 “호텔과 모텔, 펜션 등 편리한 곳만 찾는 게 요즘 여행”이라며 “그러나 불편하고 느리고 예스러운 것이 이렇게 여유있고 멋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의 네 명 가족은 후조당 바로 옆 또 다른 별채에 마련된 욕실에서 찬물로 더위를 식힌 뒤 전통놀이 체험을 위해 마을길을 걸어 내려갔다.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확 날리는 안동의 고택체험이 인기다. 지난 한 해 동안 안동지역 47개의 크고 작은 종택과 고택을 찾아 전통문화를 체험한 관광객은 5만여 명, 이 중에서 외국인 관광객도 8천여 명이나 된다.

고택체험 초창기만 해도 단순히 잠만 자는 숙박체험에 그쳤었지만 최근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의 만족을 더하면서 올해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여름휴가를 겨냥한 예약이 홍수를 이뤘다.

안동지역 고택체험은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봉정사 등과 연계돼 있어 테마여행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고택체험을 위해서는 인터넷 한글도메인 검색 또는 안동시청 문의를 통하면 된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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