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기에게 2009년은 남다를 것 같다. 올해 초 일본의 청춘스타인 이케와키 치즈루와 함께 한 `오이시맨`이 개봉했고, `해운대`는 올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승승장구한다.

배우 이민기의 연기 절정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10억`이 곧 개봉하고, `오이시맨` 덕에 음악에 빠져 정식 음반도 발매한다. 그러나 무덤덤하게 돌아온 그의 대답은 `모르겠다`다.

“편수로 따지자면 개봉이 몰릴 줄 모르고 한 건데 우연히 이렇게 된 거고요. `해운대`는 제가 한 데 비해 더 많이 응원을 받는 것 같아요. `10억`이 개봉하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중요해요. 제가 얼마만큼 했다는 것을 저 스스로는 알지만 그게 어떤 식으로 관객과 닿을지 궁금하고, 거기에 따라서 다음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이 잡힐 것 같고요.”

영화 `10억`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민기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보이는 `어리바리 4차원 청년` 이미지와는 한참이나 멀었다.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거나 더듬지도 않고, 생각을 전하는 말은 진중하면서도 막힘이 없다.

경남 김해 출신인 그가 연기 활동을 하며 어렵게 서울말을 익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

쓰나미보다 부산 사투리가 중요했던 `해운대`에서는 부산말을 공부해야 하는 선배들보다 편했지만, `해운대` 촬영이 끝난 지 반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해운대` 촬영 전보다 서울말이 불편하다며 “`해운대` 타격이 크다”고 말한다.

캐릭터에 몰입하는 정도가 깊고 시간이 긴 만큼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

이민기는 맡은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10억`에서는 열흘을 굶고, `해운대`에서는 화면에 나오지도 않을 해상 구조 훈련을 받았다.

슬럼프에 빠진 뮤지션을 연기한 `오이시맨` 때는 출연이 확정되자마자 기타 학원에 등록해 온종일 기타 연습을 하면서 밥 사먹을 돈이 있어도 라면을 끓여 먹고, 기타만 치면서 낮술을 마시고, 말도 안 하고 살았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조금은 미련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의 말을 들으면 그 진지한 노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는 이게 진짜라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아니라고 하고 외면당한다면 배우를 하지 말아야죠. 또 고민이나 노력 없이 대충 했는데 박수를 받는다면 이 직업으로 돈 버는 사람이 될 거고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