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8)씨는 얼마 전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여해 첫 월급을 받았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받아보는 월급이라 가슴 뿌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A씨는 임금의 일부로 받은 상품권 때문에 몹시 화가 났다.

A씨는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물어물어 가맹점을 찾아 갔지만 정작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없었다.

가맹점 대다수가 식당, 미용실, 세탁소였기 때문.

그나마 슈퍼 몇 곳이 있어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상품권의 80%를 써야 잔금을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도 80%를 써야 현금으로 잔금을 돌려주고 있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5천원권 상품권으로 거스름돈을 주고 있다.

희망근로 상품권도 5천원권이 있지만 대다수의 가맹점이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용이 불가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A씨는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야했다.

게다가 희망근로 참가자의 절반이 60세 이상 노인들이다.

이들이 상품권을 어디서 사용해야 할지 알기란 쉽지 않다. 혹 안다고 해도 사용하기 쉽지 않다.

북구에 사는 B(64·여)씨는 상품권을 가지고 시장에서 장을 보다 시장상인이 희망근로 상품권을 몰라 할 수 없이 현금으로 장을 봤다.

B씨는 “그냥 재래시장에서 사용하면 된다길래 시장에서 장을 보고 상품권을 주니까 `이게 뭐냐`면서 상품권을 받아 주지 않아 할 수 없이 현금주고 샀다”며 “뭐하러 돈 들여서 이런거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런거 만들 돈으로 우리 임금이나 더 올려주면 좋겠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재래시장 상품권과 희망근로 상품권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 시장상인은 “아직 희망근로 상품권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걸 현금대신 받을 수 있겠냐”며 “이왕 상품권을 줄 거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주면 헷갈리지도 않고 좋을텐데...”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비싼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도 불만을 사고 있다.

C(여·48)씨는 “재래시장, 골목상권 활성화도 좋지만 그건 있는 사람이들나 했으면 좋겠다. 우리같이 1원이라도 더 아끼고 더 싼 물건을 사야하는 사람들에게 대형마트보다 비싼 동네슈퍼에서 물건을 사라고 하는 건 너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동네 슈퍼에서 판매하는 일상 생활용품들이 대형마트보다 5~10%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권에 대한 불만은 희망근로사업 근로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상품권을 구입한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상품권을 구입한 공무원 D씨는 “나도 막상 상품권을 구입하고 보니 사용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는 걸 알았다. 결국 가족들과 외식 하는데 사용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외식을 하기엔 부담이 클 것 같다. 이번 희망근로 상품권은 사실 너무 성급하게 만든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에서만 오는 11월말까지 총 243억원의 상품권이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가자에게 임금으로 발행된다.

/김낙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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