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래가 좋은 노랜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봄 직한 주제일 것 같다.

좋은 노래란 곡(曲)도 좋아야겠지만 노랫말이 희망적이고(밝고) 좋아야 한다. 조두남 작곡, 윤해영 작사의 `선구자`는 한때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오빠 생각`과 `사우(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의 `임생각`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조두남의 `선구자`는 `임생각`보다 훨씬 뒤에 나온 노래로 열여섯 마디 중 열세 마디가 `임생각`과 꼭 같다는 것이다.

통상 예술계에서 표절이란, 남의 작품을 20%만 모방하면 속절없이 표절로 평가절하되고 비양심의 표본(?)으로 낙인이 찍힌다. 박태준 선생의 제자들이 경찰에 호소해 치안본부 경감이 직접 나서기도 했는데, 무혐의(?)로 낙찰된 것 같다. 사실 `임생각`은 가사가 어두워 발랄하고 활기찬 `선구자` 가사와는 게임도 안된다.

`임생각`의 `가을날 날 저물고…`로 시작하는 암울하고 퇴폐적(?)인 가사는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는 맑고 활기찬 가사와 표절의 시비도 성큼 넘어선 것이다.

지금도 선구자는 국민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국민 애창곡 랭킹 1위로 그 지위가 확고부동한 바 있다.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인 `어머니`도 `어버이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 애창곡으로 딴 노래의 추종을 불허한다.

방송에서 나오는 위의 노래를 따라하다 보면 메마른 노년의 눈가에도 촉촉한 이슬이 맺히고, 감기가 안 걸렸어도 목이 메어 노래를 끝까지 따라 부를 수 없다.

양주동은 황해도 출생으로 동경 와세다 시절에 노산 이은산 선생의 각별한 우정으로, 하숙집에서 노산의 밥상머리에서 연명한 에피소드가 입증하듯, 집안이 몹시 청빈했음을 알 수 있다.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사랑은 가이 없어라.(이하 생략)”

가사도 쉬우면서 어머니의 고생하시고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눈앞에 환히 전개된다. 좋은 가사야말로, 작곡가의 영감에 불을 댕겨, 명곡이 확실하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작곡가 이흥렬은 어머니가 힘겹게 벌어 보내주는 향토장학금(?)으로 돈 많이 드는 동경유학을 했다. 작곡·기악·성악을 막론하고 피아노는 기본 악기로 피아노 없이 제대로 음악을 공부할 수 없다. 피아노란 군인으로 말하면 기본화기인 소총과 같다고나 할까. 이흥렬은 가난한 집사정도 잘 알고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과 헌신도 뼛속 깊이 느꼈지만 피아노 없이는 도저히 음악공부를 따라잡을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어머니께 일자상서(一字上書)를 했다.

“어머니, 피아노가 없어서 음악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어려우시겠지만 피아노 한대만 꼭 사주세요.”

아들의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평소 애쓰시던 이흥렬의 어머니는 편지를 받은 즉시로 험한 산을 마다 않고 오랫동안 아들의 소원인 `피아노`를 당당히 사주었다.

이흥렬(1909~1981)은 모정의 화신인 `피아노`를 머리맡에 두고, 악상(樂想)을 가다듬어 양주동의 노랫말에 가락을 붙여 한국의 명가곡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것이다. 피아노가 음악의 샘이 돼 이흥렬은 연속적으로 명가곡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어머니의 사랑은 기적의 원천이다.

오늘 이 세상이 이렇게 살맛 나는 세상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머니의 지극한 모성애가 꽃을 피운 것이라고 봄이 정확할 것 같다.

이흥렬의 `바위고개`는 얼마나 지난날 애창했던 명곡인가.

“바위 고개 언덕을 혼자 남자니/ 옛 임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임/ 그리워 그리워 눈물납니다….”

`바위고개`란 나라 잃고 살던 일제강점기의 이 땅이다.

생략된 가사에 나오는 `머슴살이`란 고달픈 망국인의 삶을 말한다. 정서가 실종된 영원한 감동을 주는 것이 참된 예술의 기본요건이다. 필자는 작곡가 이흥렬 선생께 각별히 감사드릴 일이 있다.

필자의 모교인 문경중학교 교가를 이흥렬 선생이 작곡해 주셔서 감동 깊은 좋은 노래를 소년 시절부터 애창하게 해주셨기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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