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4·29 재보선의 참패를 겪으면서 조기전당대회와 국정기조의 변화 등 당·정·청의 대폭 쇄신을 촉구하고, 이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자기 밥그릇 지키기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즉, 박희태 대표의 사퇴와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 등을 요구하고 있는 민본21과 쇄신특위의 후면에 존재하는 노림수와 이를 반대하는 친박근혜계 의원들, 그리고 영남을 중심으로 하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계산은 서로 다른데 있다는 것.

우선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한나라당이)지지기반과 리더십 측면에서 모두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 쇄신특위의 경우, 대부분의 소속 의원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쇄신특위 위원장인 원희룡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의원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으며, 남경필, 정병국 의원 등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재철 의원 등이 속한 `함께 내일로` 의 핵심멤버 역시 수도권에 그 수가 많다.

결국 4·29 재보선의 참패와 조문정국을 거치면서 급격히 떨어진 민심이반에 수도권에 적을 둔 국회의원들의 동요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 역시,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훗날 총선에서 수도권의 3분의2 이상이 물갈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쇄신”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지난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친이계와 막말까지 하며 접전을 벌였던 친박 의원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현재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을 요구하는 수도권 인사들에 맞서 친이계와 공동대응을 하며 박 전 대표의 당대표 취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는 `박 전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와 연관이 많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박희태 대표의 사임과 함께 당 대표에 취임하게 되면, 당장 오는 10월 재보선부터 치러야 하는데 현재의 분위기로는 어렵다는 것.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아무리 선거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10월 재보선을 역전시키기는 힘들다”며 “결국 선거 패배의 책임론이 불게 되면, 대선후보로서의 명성에 흠이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의 박종근 의원 역시, “박 전 대표의 대표 취임은 내년 3, 4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후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회생을 통해, 대권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영남권 친이계의 목적은 약간 다르다. 물론 아직까지 이들의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지난주 한탄강 일대에서 초선 의원 48명이 비공개 모임을 가지는 등 향후 폭탄선언을 준비한다는 입장.

더욱이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에 지역구를 가진 이들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말도 안 되는 쇄신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흔들지 마라”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원조 친이라는 닉네임을 획득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박희태 대표의 입장에서 원외 대표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10월 재보선 출마가 불가피하고, 만약 당 대표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당 공천도 불확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결국 박희태 대표는 물론, 각 의원들의 쇄신을 둘러싼 싸움은 누가 밥그릇을 지키느냐 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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