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역엔 토끼와 자라가 산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용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이 인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여의주를 들고 서 있는 용왕님이 여행객을 반긴다. 잠수함이 어딘가에서 기다릴 것만 같다. 두리번거리는데 토끼와 자라가 얘기를 주고받는다. 자라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고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로 간 자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라 꾐에 넘어간 토끼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까 봐 손에 땀이 흥건했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별주부전을 모티브로 한 `토끼 간 빵` 이야기를 읽지 않고는 이 역을 벗어날 수 없다. 이 빵을 먹고 용왕의 병이 나았다고 하니 토끼 간보다 더 훌륭한 약일 것이다. 그 맛이 궁금해진다. 용궁역에서 금남 방향으
땀이 송글송글 맺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정표가 잘 보이지 않아서 지나치고 말았다. 길을 헤매다 겨우 들어선 곳도 차가 다닐 수 없는 자전거 길이었다. 이정표가 있어도 헤매는데 우리네 인생길은 얼마나 많고 많은 길을 돌고 휘돌아 가는가. 신현리 마실 가는 길도 수월하지가 않았다. 갈 때는 보이지 않던 길이 다시 되돌아서서 천천히 보니 보였다. 여행길조차도 마음은 성급하기만 하다. 성황당 바로 앞, 돌 고갯길이 나온다.`꿀떡 고개`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돗자리를 깔아놓고 오찬을 즐기고 있었다. 여행객들에게 막걸리 한잔 하라며 손짓한다. 푸근한 정에 이끌려 덥석 앉았다. 숨을 헐떡거리고 있으니까 어르신 중 한 분이 이 고개 넘기가 힘들어서`꼴딱 고개`라고도 한다며 막걸리를 건넨다. 어
내시를 만나러 간다. 따가운 햇살 사이로 바람이 인다. 비가 그친 뒤라서 그런지 여름날치고는 시원하다. 말간 하늘이 모내기해 놓은 논에 드러누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웃을 만들고 이웃과 이웃이 만나 마실이 된다. 대구에서 청도 남산 방향으로 길을 들었다. 굽이를 돌 때마다 인생 고갯길 같던 이 길이 도로 확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앞으로는 평탄한 인생길을 예고라도 하듯 탄탄대로다. 마실엔 국밥집 아주머니 같은 질박한 정이 흐른다. 도시의 삭막함을 버리고 마음이 울울할 땐, 사람 냄새 맡으며 마실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으리라. 시끄러운 마음자리를 가라앉히기에는 여행만 한 것이 없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서로 보듬고 어울려 사는 모습에서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