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핀다 꽃, 터진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지만 올 봄도 병포 삼거리 벚꽃길 한 번 걷긴 글렀다. 동동거리며 사는 날들은 좀처럼 필 기미가 없고 사시사철 불어대는 얄궂은 바람은 삶이나 꽃이나 피는 족족 떨구기 바쁘다. 그래도 봄인데 한 번은 세상 구경 나서야지. 암만, 그래야지. 바지런한 가구점 형님이 하동 지나 순천만까지 휭 하니 돌아오자 봄나들이를 선동했다. 몇 번을 망설이던 눌태 형님까지 삼삼오오 몰려가 파마도 하고 옷도 한 벌씩 사 입었다. 새벽 다섯 시, 정호반점 앞에서 버스는 출발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포구를 슬그머니 빠져 나가는 관광버스. 모처럼 알록달록 차려입고 나선 모습이 도시 아지매들 못지않다. 오늘만은 장터 좌판 비닐로 꾹 눌러 놓고, 손자 놈에게도 돈 몇 푼 쥐어 주고 나들
“이번엔 걸이다. 걸. 우예든동 걸만 놓그라. 그라믄 곧바로 끝난데이.” 머리칼 희끗한 선수는 두 손으로 꼭 쥔 네 개의 윷가락에 간절히 입을 맞춥니다. 빙 둘러선 사람들의 눈이 그의 손으로 일제히 향합니다. “으럇찻차” 던진 윷가락이 모두 등을 보입니다. “모다, 모. 지화자!” 끗수에 따라 말을 놓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릅니다. 한 쪽에선 함성이 한 쪽에선 아쉬움이 터집니다. 정월 대보름을 앞둔 토요일, 청림 초등학교 강당에선 종일 잔치가 열렸지요. 몰개월 사람, 청림마을 사람, 일월동 사람들 꽃잎처럼 둘러 앉아 떡국을 나누고 막걸리 잔을 치며 묵은 안부를 묻습니다. 좀처럼 나들이가 없던 할머니도 오늘은 발그레한 비로드 모자를 쓰고 물빛 스카프를 둘렀네요. 행여 기념품을 잃어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