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런 도시 경주는 시내 곳곳에 볼만한 유적지가 적지 않다.
경주는 통상 신라의 수도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신라에서 현재로 곧장 타임슬립을 하지 않은 이상 그 사이 역사가 없을 리 만무하다. 박물관, 천마총, 첨성대가 아닌 시내권에 위치한 유적지들은 앞선 유산들의 위용에 가려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크게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복원된 경주읍성 근처엔 새로 들어선 식음료 가게들로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경주읍성은 고려시대 처음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곽 둘레가 2km가 넘었으나 대부분 소실되었다. 최근 동쪽성벽을 중심으로 복원이 진행되어 동쪽성벽과 옹성, 향일문 등이 복원되었다. 달이 뜬 밤에 보는 읍성이 특히 아름답다.

읍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경관이 위치하고 있다. 동경관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1985년 8월5일에 지정되었다. 영조시대 최석신이 쓴 ‘동경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신라 왕실에서 사용하던 집기 등을 보관하던 곳이었으나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외국 손님이나 중앙 관리들이 경주지방을 방문했을 때 머물거나 대기하던 객사로 이용되었다,

동경이란 명칭은 경주의 옛 지명이 동경이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개경, 서경, 동경의 고려 3경 중 하나였다. 해방 후에 3동 건물 중 서헌만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골목을 돌아나오자 노란색 페인트가 인상적인 옛 야마구찌 병원이 있다.

1925년경에 지어진 경주 최초의 신식의료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양식의 고풍스런 느낌이 든다. 2005년 이후 경주경찰서 화랑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근현대기 건축물 변화의 과도기적 건축기법이 남아있는 중요한 근대건축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병원은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와 인연이 있다.

골동품상에서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를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했다 1972년 10월 국내에 반환한 다나카 도시노부가 근무했던 병원이다. 길을 건너면 경주 사람들에겐 경주문화원 건물 혹은 옛 박물관 자리로 알려진 경주부 관아건물이 보인다.

경주부 관아건물은 2020년 2월 17일 경상북도의 기념물 제 177호로 지정되었다.

총 3동의 건물로 현재 경주문화원에서 향토사료관, 도서실, 수장고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 중기~후기의 건축물.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8세기 말에 제작된 경주 지역 전도에서 확인되는 바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 수령 500년에 달하는 보호수 은행나무가 있다.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건축물로 추정되며 일제 강점기 이래 1975년까지 경주박물관 건물로 활용되었다. 향토사료관에 좀 전에 들린 동경관 사진이 걸려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건물 사진을 보는 뒤로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농장물이 자라고 있던 자리에 원래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곧이어 만난 곳은 집경전터다. 경주 평생 학습관 옆에 위치하고 있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지은 전각이다. 어용전이라 불리다 세종 때부터 집경전이라 고쳐 불렀다. 임진왜란 이후 소실되어 현재는 터만 남아있다. 경주 평생 학습관 뜰에는 하마비와 집경적 구기가 남아있다. 다 봤다 싶으나 또 볼 것 많이 남은 곳이 경주다. 벚꽃 흩날리는 봄, 신라의 경주를 충분히 보았다면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내권 유적지 방문을 추천 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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