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 숲에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드디어 봄이 왔다. 긴긴 겨울을 지나 마침내 봄이 왔다. 눈매 고운 매화가 피어나고 노오란 산수유꽃이 깨어났다. 바깥세상은 봄소식으로 분주한데 이상하게 주변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 어느 누가 상처 없이 사는 사람 있으랴마는 가까이 연을 맺고 사는 이들의 상처에 덩달아 생각이 많다. 돈 때문에, 사랑 때문에, 가족 때문에, 자식 때문에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속울음을 우는 사람들. 그들의 아픔에 동화되어선지 꽃샘추위 같은 몸살을 몇 날 앓기도 했다. 지난날 돌아보면 난 나만 상처투성이 어린 짐승인 줄 알았다. 혼자 웅크리고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죽을 듯이 끙끙 앓았다. 몸에 병이 들고 나서야 그게 전부 스스로 만든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나보다 더 아픈 이들이 많은 것도 알았고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뀜을 비로소 알아챘다. 그래서 달라지고자 마음 먹었고 달라졌다. 내가 달라지자 가족이 바뀌고 주변이 바뀌었다.

“당신이 누구든, /외롭든 그렇지 않든,/그건/중요하지 않아.//중요한 것은/단 하나/당신과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봄 나무들이 어린잎들을 내고/가을 곰들이 살을 찌우며 겨울잠을 준비한다는 것,//칠흑 같은 천 개의 밤을 혼자 견딘다 해도/당신, 울지 마!/천 개의 밤에 기댈 곳이 오직 차가운 벽일지라도/당신, 울지 마!//결국 새 날들이 올 테니,/웃어 봐!/춤추고 노래를 해 봐! (장석주 ‘당신,울지 마!’)

칠흑 같은 천 개의 밤을 혼자 견딘다 해도, 차가운 벽만이 의지할 곳이라도 살아있음을 감사하라고 시인은 말한다. 살아있음에 고통도 있는 것이고 살아 있음에 그 고통을 재료로 영혼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어떤 과제가 주어졌던 결국 새날은 올 것이고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게 마련이다.

어떤 명상가는 말했다. 먹구름이 모이면 비가 오는 게 당연하고, 쓰레기가 있으면 파리가 오고, 짜증내고 있으면 나쁜 기운이 모이는 것이라고. 어려움이 왔을 때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왔는지 돌아보라는 말이다. 그 말은 즐거움이 있는 곳에는 불행이 오지 않는다는 말일 수도 있고, 우리가 느끼는 어려움이 꼭 불행만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삶에서 어떤 일이 안 일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우리 삶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는 말이리라.

그대 오늘 마음이 괴롭다면 즐거운 음악을 듣고, 마음을 잡아당기는 시를 읽어라! 울면서 세상을 한탄하는 것보다 그대를 백 배는 더 행복하게 하리라. 그리고 눈을 들어 막 번져가는 봄을 느껴 보시라. 점점 부드럽게 변해가는 바람의 촉감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햇살, 잠 깨는 꽃들을 바라보라. 봄만큼 큰 기적이 어디 있으랴. 울지 마시라, 세상의 모든 당신들! 세상은 지금 봄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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