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에르난데스 (배은정 옮김)

강가에 있는 3월의 과수원

그 꽃들 사이로 그대 볼 때면

순결한 꾀꼬리들처럼

꾀꼴꾀꼴 지저귀고 싶다오.

순결한 꾀꼬리들처럼

그대에게 내 사랑 바치고

그대 사랑 빼앗기는 여름까지

노래하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오.

그대 키보다 너무 큰 내가

과수원 사과 딸 때면

그대 욕망보다 너무 크다오

잡힐까 너무나 저항하며

그대 향기에 이끌리는 나는

너무나 조그만 아이라오.

스페인 프랑코 군부독재정권에 죽임을 당한 참여 시인 미겔 에르난데스의 시. 참여 시인의 마음에는 위의 연시가 보여주듯이 아름답고 순수한 서정이 밑에 깔려 있다. 화자는 “3월의 과수원”에서 본 ‘그대’에게 반해버려 “순결한 꾀꼬리들처럼” “노래하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대’보다 큰 자신의 키처럼 그대에 대한 욕망은 너무 크지만, “그대 향기에 이끌리는” 사랑하는 이는 “조그만 아이”가 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