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대책위 “애매한 법 규정 때문에 피해 입어도 등록도 못해”
김정재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호소

19일 영남권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포항시 북구 김정재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구경모기자
19일 영남권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포항시 북구 김정재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구경모기자

20대 A씨는 지난해 1월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다가구주택을 전세보증금 1억원에 2년 계약했다.

계약기간 4개월 후 A씨는 급전이 필요해 방을 빼려고 했고, 부동산 사이트에 거래 글을 게재하며 새로운 임차인을 찾았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 거래를 원하는 수요자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찝찝한 마음이 든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뗐고, 그제야 ‘내가 사는 집이 압류당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후 A씨가 임대인 B씨에게 수차례 연락하며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B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A씨는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모두 집이 압류 당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아직 보증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고, 천장에 비가 새고 지붕이 무너지는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해 정말 막막하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19일 포항지역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영남권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포항시 북구 김정재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전세사기를 개인 간의 거래로 치부하면서 사실상 전세사기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전세사기는 개인간의 거래가 아니라 정부의 과실과 방치로 생겨난 사회적 재난이다”면서 “정부는 반드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전세사기대책위원회 위원장 A씨는 “현재 포항에서 접수된 피해자가 64명”이라며 “하지만 전세 피해 신고 법 규정이 애매, 피해를 입어도 전세사기 피해자 등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 채팅방 등의 피해 사례를 집계 했을 경우 현재 포항에만 500여명이 전세사기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산, 대구, 경산 등 영남권 전체를 합치면 피해자가 2천 명이 넘을 것”고 밝혔다.

서진미 경산전세사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허점이 많은 현 제도 앞에서 정부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피해자들이 급증하는 사회적 재난인 전세 사기에 대해, 정부 여당은 조속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시라·구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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