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불교 용어 중에 깨달음이라는 용어가 있다. 깨달음은 특정한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임을 이해하고 세계적인 이해와 평화로운 정신상태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깨달음의 첫 번째 단계는 ‘나는 나 이외의 것이 없으면 살 수 없다’를 늘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 즉 태양 공기 물 동료와 같이 나 이외의 것이 없으면 내가 지금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기에 늘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모든 것은 하나라고 하는 불교의 세계관과 모든 일은 연결되어 일어난다는 연기법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범죄학자 조지 켈링과 윌슨(Kelling & Wilson)에 의해 1982년 발표된 깨진 유리창의 법칙도 연기법의 일종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나중엔 지역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시에서는 지저분하고 낙서 투성이로 범죄가 끊이지않던 지하철 내부 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작은 범죄부터 엄격히 단속하여 깨진 유리창을 바로잡아 나가는 방식으로 도시 전반의 치안을 개선하는데 성공한 예가 있다.

제조 현장의 관리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제철소의 경우 제품 생산을 문제없이 하기 위해서는 설비를 포함하여 운영에 필요한 자재류와 작업 도구 작업장이 항상 깨끗하고 일하기 좋은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유지관리 점검을 해보면 공장 주변의 통로나 사무실 환경 등이 깨끗하게 관리되는 공장은 현장 설비와 그 주변도 잘 정리정돈 되어있고 항상 깨끗하게 관리된다. 특히 대대적인 청소를 통해 깨끗하고 먼지가 없는 새공장만들기를 추진한 공장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공장이 깨끗해지니 이상하게 불량과 고장이 줄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청소를 하찮은 활동으로 여기는 직책자나 직원들이 많은 공장을 보면 현장이 빠르게 지저분해지고 화재나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깨끗한 공장은 모두가 공들여 만든 작업장과 설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며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사용한 자재나 치공구를 방치하지 않고 정해진 위치에 두고자 노력한다. 이런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각자의 마음가짐을 바꾸게 되고 개인은 스스로 하고있는 일에 대해서도 정리 정돈하여 효율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습관으로 이어져 현장은 더 깨끗해지고 자연스럽게 불량과 고장의 감소까지 연기되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이런 청소의 마력을 직책자나 선배가 알려주지 않으면 모른다. 그리고 누구든 활동을 안하면 그 당시는 편하기에 하지않으려 하고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같이 서로가 알면서도 방치하게 되어 서서히 지저분한 환경이 되고 사고나 문제 발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 이를 조치하기 위해 더 많은 수고와 노력이 따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재해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그렇기에 청소는 나와 동료의 생각을 바꾸어 주고 재해 위험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마법과도 같은 활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