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 비전은

성과물 전시 ‘UPLOAD’전. /포항문화재단 제공

수변 공간에 창 사이로 영화 포스터 같은 것이 비쳐 보이는 한 건물이 있다. 17일 현재 포항문화재단의 ‘2024 디자인 캠프’ 성과물 전시 ‘UPLOAD’전이 열리고 있는 포항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이 바로 그곳이다. 50여 년 간 어업전진기지로 사용되다가 2018년 폐쇄된 옛 포항수협냉동창고를 예술과 문화가 만나는 공간으로 바꿔보려는 실험적 시도로 지난해 12월 새롭게 재탄생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된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을 찾아 그곳의 실험적인 생각, 지향하고 있는 방향을 들어보고 비전을 가늠해봤다.

 

50여년 어업전진기지 리모델링
예술·문화 실험적 공간 ‘재탄생’
최근 시각디자인 멘토·멘티 캠프
성과물 전시 ‘UPLOAD’전 주목

하드웨어적 문화예술사업 벗어나
수요자 중심 지향점 제시 ‘차별화’
해외 사회적기업 발전사례 바탕
지속가능한 열린공간 거듭나야

△문화도시의 핵심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복합문화공간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은 포항문화재단이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됨에 따라 문화도시로서 핵심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연계해 조성됐다.

이 공간은 지역 문화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거점 교육공간(Campus)이자 해양문화 관련 콘텐츠의 창·제작을 위한 다양한 실험 활동과 국내외 예술 교류가 펼쳐지는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환동해 해양문화 허브’라는 컨셉으로 해양문화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 발굴과 융복합 문화예술 기반의 실험적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고의 시각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11명(8팀)의 멘토와 전국 각 지역에서 참여한 67명의 멘티가 3박 4일 동안 함께하며 포항을 탐색하고 디자인을 통해 솔루션을 찾아가는 신개념 디자인 프로그램 행사인 ‘2024 디자인 캠프’가 열리기도 했다.

△지역민의 문화 갈증 해소 위한 차별화된 문화예술 행사 펼쳐야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포항시 북구 선착로 78)은 포항시 동빈내항 인근에 대지면적 2천376㎡, 연면적 26만289㎡, 건축면적 1천454.36㎡로 3층 건물에 1층에 2개의 전시실과 2개의 다목적홀, 2층 해양·지역학 아카이브 공간과 라운지, 3층 작가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융복합 예술교육과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단순히 공연이나 전시를 위한 시설에 그치지 않고 지역문화예술정책의 구심점으로서 기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다.

 

포항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 전경 /포항문화재단 제공
포항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 전경 /포항문화재단 제공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차별화… 시민-예술가-도시를 위한 공간으로

한국사회에서 문화시설과 공간들은 오랫동안 무작정 대형건물만 덩그러니 짓고 보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조성되고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주먹구구식 운영에 애를 먹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시행착오들을 거쳐 최근 신축 시설들은 사전에 수요자 예측과 함께 운영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포항문화재단은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이 다양한 창조적 영역에서 각자의 관점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커뮤니티를 이루고, 이를 지원하는 문화적 자원이 되는 또 다른 공간으로 재탄생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무엇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 것인지 사전에 테스트해 보는 일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과정이다.

△창작 문화공간 활용을 넘어 관광객도 끌어모을 수 있어야

해외의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으로는 프랑스 마르세유의 ‘라 프리쉬 라 벨 드 메’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담배 제조공장을 창작공간으로 바꿔 음악, 연극, 미술인들이 사용했던 이곳은 2007년 사회적 기업형태로 재탄생됐다. 마르세유 유적 관리와 미술품 복원을 담당하는 도시아카이브센터, 멀티미디어콘텐츠를 생산하는 멀티미디어제작소, 그리고 창작 레지던스 및 스튜디오로 구성돼 있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백 건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연평균 120여만 명의 방문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코의 ‘리틀 키즈 록’은 1996년 설립돼 2002년 비영리조직으로 인가를 받은 사회적 기업이다. 이 기업은 10개 주 150개 학교 약 4천 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악기와 음악교육을 제공해 저렴한 악기연주의 기쁨을 맛볼 기회를 주고 있다.

영국 런던의 ‘메이크빌리브 아츠’는 연극 및 교육 프로그램 전문 기업. 2002년 설립돼 수준 높은 창의교육으로 영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미국 오리건주 애실랜드시의 ‘셰익스피어축제’, 일본 삿포로의 문화기업 ‘콘카리뇨’ 등도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의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2024 디자인 캠프’ 모습. /포항문화재단 제공
‘2024 디자인 캠프’ 모습. /포항문화재단 제공

△국내 문화 재생 성공사례 돼야

포항문화재단은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을 시민-예술가-도시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나가야 한다. 시민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의 사회화’를 근본 삼아 시민들의 삶 속으로 문화예술이 다가가도록, 또한 시민이 쉽고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술과 문화를 창조하며 현대적이고 포항지역 문화의 한 양식으로써 주민에 의해 접근이 용이하도록 프로젝트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예술가와 예술협회가 공간을 활용해 지역을 위해 경제활동과 직업을 창조하고 증가시킬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은 팝업적 문화예술공간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이 환동해 해양문화의 허브이자 지역 문화산업의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개념을 넘어선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실험적 활동이 이뤄지는 팝업적 공간으로 만들어져 가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시민들의 문화 수준도 함께 성숙돼야 한다. 문화재단의 노력과 함께 포항시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은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의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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