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박영욱 지음
교보문고 펴냄·인문

북한이 ICBM 기술에 집착하는 것은 세계 패권을 뒤바꾼 전쟁의 뒤에는 언제나 과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1770년대 초반, 프랑스 군대는 최고 수준의 신무기체계를 갖추고도 화력의 관건인 화약 품질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었다.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독립전쟁에 엄청난 재정·군사지원을 강행한 프랑스 정부의 재무장관 튀르고는 화약 성능 개량의 막중한 임무를 라부아지에에게 맡겼다. 라부아지에는 1775년부터 1791년까지 프랑스군 전체의 화약 개량뿐 아니라 병기창 운영과 보급행정의 총괄책임자가 됐다.

신간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교보문고)는 과학이 개입하기 시작한 근대 전쟁에서 출발해 과학으로 인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했는지, 또한 전쟁의 승패, 국가의 선택으로 어떻게 세계 패권이 이동해 왔는지를 24가지 결정적 사건들을 통해 소개한다. 미국 독립 전쟁부터 프랑스 혁명,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 걸프전까지, 화약 개량부터 원자폭탄, ICBM과 비교적 최근의 현대 무기체계 방향까지 전쟁사와 그 뒤에 있던 과학의 발전사를 훑다 보면 세계정세 변화를 단숨에 읽어 낼 수 있다.

과학사를 전공하고, 국방 과학 기술을 연구해 온 저자 박영욱 군사학자는 화약 개량을 위해 화약 국장으로 임명된 ‘근대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를 시작으로 전쟁의 고비마다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 승패를 가르고 세계 패권을 바꿔 놓은 과학적 발견과 발명 주인공들의 역할을 열거한다.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한 비료 원료를 개발해 놓고 독가스에 이를 활용한 화학자 하버,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기관총을 발명한 의사 개틀링, 원자를 쪼갤 수 있다는 과학적 발견을 원자폭탄으로 완성시킨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원자핵을 융합해 원자폭탄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수소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 텔러 등이 망라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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