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꽃샘바람 속에 들판을 걷다 보면 파란 풀들의 새싹이 밟히고 나무마다 꽃망울이 움트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개구리가 깨어난다는데 산간 지역엔 찬바람과 함께 눈이 내리고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달, 3월 달력을 보니 15일이 ‘3·15 의거 기념일’이다. 기억을 60년 전으로 되돌려 본다. 1960년 그날 치러진 정·부통령 선거 중 마산에서 부정선거가 적발되어 이에 항거하는 시민과 학생 수천 명이 거리에 모여 행진하며 시위했고 이에 경찰이 총기를 발포하여 9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부상했으며 시위는 계속됐었다.

이 사건 보름 전 2월 28일 일요일에는 대구에서 자유당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여 경북고, 대구고를 비롯한 8개교 1천200여 명의 고교생들이 ‘일요 등교’ 지시에도 학교를 뛰쳐나가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제1공화국 정부수립 후 민주개혁을 요구한 최초의 시위로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1주일 후, 3월 8일에는 대전에서 대전고를 시작으로 지역 고교 1천600여 명이 정권의 부정부패와 불법 인권탄압에 항의하여 시위를 전개하였었다. 이는 고교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용기로 항거한 충청지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었고 100여 명의 학생들이 연행·구속되거나 몽둥이 등으로 구타당하는 고충을 겪은 아픈 역사이다.

보름 동안 일어난 3건의 학생 민주의거운동은 한 달 후 전국에서 불길처럼 타올랐던 4·19혁명의 불씨가 됐었다. 학생들이 깨어난 나라지킴 열의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본다.

3월은 영어로 ‘March’, ‘행진하다’는 말인데 참으로 숨겨진 의미가 있을까 찾아보니, 그 어원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전쟁의 신-마르스(Mars)’이다. 추운 겨울 동안 준비했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힘차게 행진하여 전쟁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3월은 우리에게도 투쟁의 역사가 기록됐을까….

이렇게 학생운동을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 3월은 전국 의대 학생들이 놀라 깬 듯 집단 파업에 들어갔다. 2000년대 초 감축하기도 했던 의과대학 정원이 선거를 앞둔 탓인지 한 달 전 ‘의사인력 확대방안’의 긴급 브리핑에서 현재 3천58명에서 2025년부터 2천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대학 수요와 역량을 기반으로 비수도권 지역의대 중심으로 증원한다고 하지만 관련 학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지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학입학 후 전문의까지 10년 후에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으니만큼 18년간 동결되었던 의대 정원을 갑자기 늘린다고 수도권 의료인력 집중과 필수 의료분야 부족 문제를 올바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문제로 수련의, 전공의 9천여 명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 또한 전체 1만8천여 명의 30% 정도인 5천500여 명이 휴학을 신청한 상태이며, 33개 의대의 교수들도 증원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집단 사직서를 쓰고 제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학생들의 대규모 집단행동은 심각한 문제이다. 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이다.

3월은 ‘깨어나는 달’-이제 4월 총선도 있고 하니 지금 한창 분탕질에 묻힌 정치계도 다시 털고 깨어나 국가의 진정한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