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문경 육가공 화재 조사

화재 수신기 오작동 경우 많아
사고 이틀 전 강제로 경종 정지
공장 벽체도 불에 취약한 패널

올해 1월 말 문경에서 소방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육가공 공장화재는 전기튀김기의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현장에 쌓여있던 식용유가 가열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문경 화재 순직 사고 합동 조사 결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월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는 문경의 한 육가공공장 화재현장에서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오후 7시 35분께 문경의 육가공 공장 3층 전기튀김기에서 불이 시작돼 상부의 식용유(982ℓ) 저장 탱크로 옮겨붙었다.

이후 화염은 반자(천장을 가리려 만든 구조체)를 뚫고 천장 속과 실내 전체로 빠르게 확산했다.

화재가 발생한 이유로는 튀김기에 설치된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가 고장 나 식용유가 발화점(383도) 이상으로 가열됐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또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 정지시킨 탓에 불이 3층으로 확산한 후에야 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덕곤 소방청 기획조정관은 “식용유를 이용해 가공하는 공장이다 보니 고온의 환경이 형성되면서 감지기가 가끔 오작동해 비화재경보(화재가 아닌 원인으로 경보가 작동하는 경우) 방지를 위해 경종을 정지했다고 관계자가 진술했다”며 “경종이 초기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더 빨리 발견하고 신고해 일찍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현재 사고를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으나 소방시설의 정지 및 폐쇄가 있었으니 관계자들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장 벽체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아연·불소 코팅을 한 강판 사이에 충진재를 넣어 만든 것)로 만들어진 점도 불이 급속히 번진 원인으로 분석됐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육가공 공장 내부에 가연성 물질인 식용유가 있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진압에 나선 것으로 조사돼 현장 대응체계에 허점을 드러냈다.

통상 건물 내부가 벽면으로 나눠져 있을 경우 ‘구획 화재’ 진압절차에 따라 한쪽 방향에서 진입해 연기와 가연성 가스를 빼며 불을 꺼야 했지만, 당시 현장에서는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배덕곤 조정관은 “대원들이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식용유 얘기를 듣지 못했고, 식용유는 법적으로 관리하는 위험물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상황실에서도 내용 공유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소방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원의 안전 확보와 샌드위치 패널 등 위험 구조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먼저 현장 대원의 대응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재난현장표준절차(SOP)’를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한다.

또 현장 대응 및 안전관리 필수정보를 신속히 전파할 수 있도록 모바일 전파 등 예방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현장 무전 통신 기능도 개선한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선 지속해 제기돼온 소방 지휘관의 현장 경험 강화 안은 이번 재발방지책에서 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소방관들은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지휘팀장이나 지휘단장, 소방서장을 맡는 간부들의 현장 경험 부족이 소방관 사상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이라며 “지휘관의 현장경험 강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피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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