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이른 꽃 핀 늙은 매화나무

가느란 가지 끝에 소복이

흰 눈 내려 쌓이네

활들짝, 놀란 꽃잎들

일순 잎을 오므리고

놀란 꽃잎처럼 나도 깨어

차고 은은한 매화 향에 눈을 뜨네

누군가 봄눈 같은 말을 문자로 보내왔네

삶은 기적이요 만남은 신비라고,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을 가진 시인에게 이 세계는 놀라운 일이 계속 벌어진다.‘늙은 매화나무’ 위로 새로 “흰 눈 내려 쌓이”는 일도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보다는 놀라운 사건이다. 시인은 이 놀라움을 표현하기 위해 ‘활들짝’이라고 쓴다. 그래서 ‘누군가’ 보낸 문자 그대로, “삶은 기적이요 만남은 신비”인 것, 이 문장 끝에 마침표를 찍지 않고 쉼표를 찍은 것은 이 세계에 놀라운 일들이 계속되리라는 뜻이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