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목

먼 인가의 불빛처럼 반짝이는 무엇이 되고 싶었다

어둠이 밤새 일렁일 때마다 불 비늘이 되어

외로운 이의 창가를 밝히고 싶었다

심야 버스의 낯선 실내등이 파랗게 질려 간다

어둠을 배경 삼아 더 파랗게 질려 가는 찌든 얼굴들

이마가 창문에 차갑게 닿는다

출렁거리며 어둠이 다가왔다가 물러선다

어둠을 뚫고 먼 인가의 불빛이 다가오다 망설인다

이 버스가 닿는 곳이 내일이다

시인은 젊었을 때, “불빛처럼 반짝이는 무엇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어둠 속에 외로이 있는 다른 이를 위해 불빛이 되고자 했던 것. 하나 현재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들로 어둑한 심야 버스를 타고 밤을 지나가고 있다. “인가의 불빛” 역시 자신에게 “다가오다 망설”이고 있는 밤, 피로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댄다. 그렇지만 심야 버스는 어딘가에 도착할 것이요, 내일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