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좋은 마음으로 돈이나 물건 등을 건네는 것을 선물(膳物)이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보내는 것도 선물이고, 첫 월급을 타서 부모님께 내복을 사 드리는 것도 선물이다. 설날 손자에게 세뱃돈을 주는 것도, 스승의 날 은사님께 꽃을 달아 드리는 것도, 불우한 이웃에게 라면 한 상자 보내는 것도 선물이다. 그렇듯 선물에는 사랑과 존경, 축하, 인정 같은 선의가 담겨 있다.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에게 뭔가 대가를 바라고 금품을 주는 것은 뇌물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에게 금품이나 혜택을 주었을 때는 대가성이 없어도 뇌물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후진국일수록 뇌물이 성행하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부정부패로 이어진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건네는 촌지에서부터 관계기관 간부에게 취업을 청탁하는 뇌물, 부정이나 비리를 무마하기 위해 권력자에게 바치는 뇌물 등 힘이 있는 곳에는 뇌물이 꼬이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뇌물이 사회를 움직이는 윤활유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뇌물공여가 사회악인 것은 그것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 폐해는 한 두 사람이 받는 불이익에서부터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대형 참사를 초래하기도 한다. 감리를 하는 사람이 돈을 받고 눈감아 준 부실공사로 공공건물이 붕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뇌물이 없는 사회야말로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의 기반이라 할 것이다.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시민권을 가진 목사라는 사람이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무실에 찾아가서 명품 백을 주었다는 뉴스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사건인즉 ‘서울의 소리’라는 인터넷매체가 최재형 목사에게 명품 백을 사주고 손목시계에 카메라를 부착해서 ‘몰카’를 촬영하도록 모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일 년 넘도록 가지고 있다가 총선이 다가온 시점에 터뜨린 저의에 대한 논란도 비등하고 있다.

인터넷매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성직자란 사람이 그런 짓을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김건희 여사에게 올가미를 씌어 윤석열 정부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인 것인데, 최 목사는 여러 차례 북한을 들락거리며 주요 인사와 접촉하는 등 열성적으로 친북활동을 해온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북한의 대남공작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준 명품 백은 선물로 포장을 했지만 사실은 선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뇌물이라고 할 만한 청탁도 없었다. 한 마디로 그것은 선물이란 떡밥 속에 낚시 바늘을 숨긴 미끼였다. 그건 분명 현 정권에 위해를 가하기 위한 교활하고 사악한 공작이요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미끼에 물렸다고 특검으로 몰아간 야당도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터이다. 물론 김건희 여사도 다시는 그런 불찰이 없도록 매사 신중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