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寫意의 풍경’ 사진전
29일까지 갤러리포항서
물·바위 등서 마주친 감흥
10여 점의 작품으로 선봬

이한구作
이한구作

포항의 대표적인 ‘풍경 사진가’ 이한구(75) 작가가 ‘사의(寫意)의 풍경’ 사진전을 열고 있다.

포항 청하 보경사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전 ‘사의(寫意)의 풍경’전은 지난 2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포항지역 유일의 사진 전문 갤러리인 갤러리포항(관장 손진국) 초대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내연산 보경사의 운무와 물, 바위 등에서 마주친 감흥을 10여 점의 작품에 담아냈다.

그는 “다시 보고 싶고 또 남기고 싶은 보경사 운무 풍경은 시각과 공간에 대한 심상의 이미지이고 내재적 경험을 통해 자연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운무는 무형이 유형의 근원이 되고 무형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잠재해 있고 유(有)로 대비되는 선명한 현실 세계를 초월해 운무는 무(無)로 상징되는 경계가 지워진 모호하고 흐릿한 장면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이한구 작가는 그런 운무 속에서 뒤섞인 형상 가운데 오히려 표현할 수 없으며 인식되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을 상상력을 통해 이끌어냄으로써 유의 잠재력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고자 한다.

이 작가는 변화무쌍한 자연이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 채 그저 갈 때마다 오는 것을 보았고 갈 때마다 가는 것을 보았다. 같은 모습을 두 번 이상 보여주지 않는 자연은 그렇게 자신에게 화두를 던진다.

2018 포항우수작가 초대전 이후 6년 만에 세 번째 전시회를 마련한 이 작가는 “사진 활동을 통해 경험한 포항 내연산 청하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2018년도 ‘청하 진경’에서는 청하골의 자연의 색을 전시했다.

 

이한구作
이한구作

40여 년 한국사진작가협회 포항지부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한구 작가는 1980년대부터는 전국의 명산을 두루 누비고 다니며 산의 아름다운 외형을 담아 1998년에 발표한 ‘산경무진’, 2018년에는 청하골의 아름다운 유혹에 이끌려 꼴짜기를 넘나들면서 깊어진 시각으로 재현한 ‘청하진경’을 남겼다. 겸재 정선이 이룩했다는 한국적 풍경. 겸재의 작품 세계에 대한 탐구와 각고의 이해로 발현된 ‘청하 진경’은 포항의 지역 사진계뿐만 아니라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상일 전 고은사진미술관장은 “끊임없이 내연산에 오르면서 차츰 무목적의 쾌와 흥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겸재 정선이 그러했듯이 그 체험을 자의식으로 재구성하고 재편집하여 실경(實景)으로 진경(眞景)을 펼쳐 보여준다. 그래서 이한구의 ‘청하진경(淸河眞景)’은 우리 전통 산수관인 진경산수에 대한 사진적 해석의 새로운 시도라 하겠다. 이한구의 풍경이 주는 신선함은 우리가 그동안 잃고, 잊고 살아왔던 자연의 진실과 자연 속에서 관계하는 진지한 숙고와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흥태 사진가는 “‘산경무진’에서 ‘청하진경’에 이르는 풍경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직접 목도한 사진가로서 이한구 작가의 예술적 탐험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청하진경’에서 외형적, 미적 감흥을 넘어 자연의 생명력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해서 큰 감동을 주었다면, 이번 작품 소재로 한 ‘청하골 운무’는 외형의 재현에서 보편적 조형미의 변형으로 보이는 수려한 흐려짐”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