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5일) 발표된 국민의힘 4·10총선 공천내용은 오랜만에 TK(대구·경북)지역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역의원들의 수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유영하 변호사가 전격적으로 단수 공천됐다. 따라서 이 지역구 현역인 홍석준 의원은 경선기회도 얻지 못한 채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류성걸, 양금희 의원이 현역인 대구 동구군위갑과 북구갑은 국민추천 공천제 적용 선거구로 확정됐다. 두 현역의원은 추천대상이 될 수 있지만 사실상 컷오프된 것으로 판단된다.

유 변호사의 단수공천은 의외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수사·재판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변호인으로 입지를 굳혔지만, TK지역민에게는 거리감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에 출마했지만 홍준표 의원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에게 밀려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 후 2022년 5월에는 홍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대구 수성을 보궐선거에도 나섰지만 컷오프됐다. 그의 공천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달성 사저정치’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국민추천제는 여당 텃밭으로 불리는 TK지역과 서울 강남 등 5곳의 지역구에서 진행되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8~9일 온라인 접수)할 수 있는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도덕성, 사회 기여도, 면접 등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공천자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TK지역 공천심사를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눈에 띄는 새로운 얼굴은 찾아볼 수 없다. 25곳의 지역구 가운데 국민 추천 지역구 2곳과 경선 4곳(안동·예천, 구미을, 의성·청송·영덕·울진, 대구 동구군위을)을 제외한 19곳의 후보를 확정했는데 그중 13곳은 현역이 공천됐다. ‘인요한 혁신위’가 기치로 내걸었던 과감한 인적쇄신은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다.

마지막 남은 국민추천 프로젝트에서는 TK지역 미래를 이끌고 나갈 참신한 젊은 인재가 등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