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국민의힘 TK 공천을 보고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을 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라는 뜻)이 떠오른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사자성어도 떠올랐으나 그보다는 ‘태산명동서일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고사 중에 ‘태산명동서일필’은 특이하게 서양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다. 로마시대 계관시인 호라티우스가 “산들이 산고 끝에 우스꽝스러운 생쥐 한 마리를 낳았다”고 한 말을 중국 한문으로 의역한 것으로 전해진다.

요란하게 떠벌였으나 결과는 사소하고 보잘 것 없다는 뜻이다. TK 공천을 앞두고 조사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현직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대답이 대부분 60%가 넘었고, 경우에 따라 80%도 나왔다. 그래서 다른 곳은 몰라도 TK지역은 현직의원 물갈이 폭이 커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TK의원들의 긴장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와이프와 자식말고 다 바꿔야 한다”고 말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TK 중진의원의 희생론도 부상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TK 현역의원에 대한 시도민의 불신도 컸다. 의원직 수행 만족도 50%를 넘기는 의원이 별로 없었다. 존재감이 없거나 무능하다거나 비만 고양이 소리까지 듣는 비판도 나왔다.

TK지역 4월 총선 후보 교체율이 역대급이 될 거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이유야 어쨌든 ‘태산명동서일필’꼴이다. 현재까지 현역 절반 이상이 생존했고, 재선 이상은 100% 공천을 받은 것이다.

대폭 물갈이를 원했던 여론과는 상반된 결과에 유권자의 실망도 당연히 클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맞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