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매주 화요일 김포공항에서 포항으로 가는 첫 비행기는 뜬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포항 청하면에 위치한 스테인리스 가공 회사인 D사는 2013년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포스코의 지원을 받았다. 스테인리스 후판 고객사인 D사는 민주노총 계열의 포항에서 보기 드문 1년 파업을 한 사업장이고 그 피해에 대한 법적 소송에 패하여 노조 간부와 조합원은 3년째 급여를 차압 당하고 있었다. 여기에 혁신을 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 경기지역과 해외를 지원하고 있던 필자는 경영자문 역할의 스테인리스 부문장과 혁신 컨설턴트로 배치되었다. 사장과 첫 인터뷰에서 4가지 약속을 했다. ‘사장부터 빗자루를 든다, 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매월 현장 Top 진단, 직원 변화관리 교육을 지속한다’였다.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등을 보고 배운다’라는 속담이 있다. 얼어 붙은 조직분위기를 해동하는 데는 Top의 빗자루를 드는 리더십이 필요했다. 본사가 서울에 있었지만 사장은 매주 화요일은 어김없이 첫 비행기로 포항 사업장을 찾는다. 현장 개선활동 격려와 솔선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사장부터 빗자루를 들고 공장 청소를 시작했고 직책보임자도 함께 나와 쓸고 닦았다. 처음에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 달이 지나고 3개월이 지날 즈음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한 현장을 위한 문제해결 4개월 프로젝트의 활동 리더 인재양성을 하며 요소요소에 혁신의 불씨를 심어 나갔고, 현장 즉 실천 14팀의 Top 진단을 통해 ‘대화의 장, 격려의 장, 코칭의 장’을 만들어 가며 스스로 개선하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했다.

Top 진단 시 담배꽁초가 보여도 사장은 잔소리하지 않았고, 개선 내용을 경청하며 3개를 칭찬하면 1개 정도 코칭을 한다. 일로서 직원과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숨어버리던 조직분위기는 어느 시간부터 직원들이 운전실을 나와 사장의 팔을 잡고 개선 활동 장소로 가는 변화가 일어났다. 전 직원 교육을 할 때 사장과 직책보임자도 참석했다. 노조 간부들 프로필을 소개 받았지만 선입견 없이 하고자 지웠고 그들의 입장과 그들이 쓰는 언어를 사용하며 대화하듯 변화 관리 교육을 했다. 사장과 직원들이 하나의 방향을 보고 같은 생각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지고 사장과 직원들의 생각이 다를 때 긍정적인 조직 문화는 요원한 것이다.

말이란 인간만이 누리는 선물이다. 말 한마디로 자신을 세우기도, 넘어뜨리기도 한다. 한마디 말에 일의 성패와 흥망이 걸려 있기도 하다. 사장의 열린 마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에 직원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조직문화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생은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 데, 그 힘은 바로 말에 있다. 말솜씨에 따라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D사의 혁신 성공의 비결은 사장의 진정성 있는 솔선 리더십과 직원 관점의 소통으로 신뢰를 쌓고 미래의 꿈을 심어준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