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하얀 할머니 이승 떠날 때는 가뿐했다.

붉은 놀이 살갗에 닿자

화악,

흰 세포로 당겨져 공중에 흩어졌다.

단촐하고 당당한 행장이었다.

마치 눈발처럼 천지 사방으로 스미어

홀홀홀,

평생의 경륜을 퍼뜨리실 것이다.

세상에, 별리가 이처럼 자연스럽다니.

애초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는 듯 말끔했다.

하늘로 뻗은 빈 가지가 탱탱해진다.

억울한 죽음이 아니라면, 죽을 때 되어 죽는다면 슬픈 일은 아니다. 그 죽음은, 위 시의 “흰 세포로 당겨져 공중에 흩어”지며 ‘가뿐’하게 사라진 할머니의 모습처럼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그 죽음은 마냥 무(無)로의 회귀가 아니다. 그 죽음은 “평생의 경륜을” 하늘에서 “눈발처럼 천지 사방”으로 퍼뜨리기에. 그래서 하늘을 향해 뻗고 있는 ‘빈 가지’-화자의 객관적 상관물-는 할머니의 삶으로 탱탱해지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