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인 수필가
김규인 수필가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유효 슈팅 하나를 기록하지 못한 졸전 끝에 대한민국은 요르단에 졌다. 선수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무전술과 뒤이어 터져 나온 선수들의 다툼이 벌어진 것을 알고는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강인이 주장인 손흥민 선수와 다툼으로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쳤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위계질서가 강한 운동선수의 하극상은 좀처럼 드물다. 결과적으로 무참한 경기 성적에 앞으로의 경기를 염려하는 지경에 이른다. 국가대표는 말 그대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다. 경기력은 기본이고 태도도 중요하다. 특히 축구는 열한 명이 뛰는 단체경기가 아닌가. 서로 간의 호흡과 생각마저도 읽어주어야 하는 경기다.

경기 결과는 무참했고 능력 미달의 감독은 경질되었고 문제를 일으킨 이강인 선수는 팬들의 비난에 휩싸인다. 그를 내세워 광고하는 회사마저 광고를 취소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팬들의 비난으로 마음이 황폐해지면 경기력도 떨어진다. 이런 사정으로 이강인은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도 점차 줄어든다. 프로구단은 경기력과 상품 가치가 떨어진 선수는 언제든지 내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개인주의 사회인 유럽에서 성장한 이강인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도가 지나친 행동은 언제든 자신에게 결과가 돌아온다.

그나마 선배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사과한 건 천만다행이다. 영국에 있는 주장 손흥민을 찾아 사과하고 다른 선배들에 직접 사과하여 문제를 수습하는 노력을 보인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운동하는데 생각이 많아지면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기력은 떨어지고 몸을 다칠 가능성은 늘어난다.

인생은 짧고 운동선수의 경기 출전 시간은 더 짧다. 그 기간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려면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젊을 때는 이 기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금방 지나간다.

국가대표를 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팬들에게서 멀어지면 자신의 축구 인생도 끝나는 것을 젊은 선수들은 알아야 한다. 축구장에서 안 보이면 국민과 팬들의 마음에서 멀어진다. 팬들에게서 멀어진 선수의 상품 가치는 땅에 떨어진 것이고 그런 선수에게 프로구단은 돈을 투자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축구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는 경기다. 팀을 믿고 팀에서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나를 내세우기보다 팀을 앞세워야 한다. 나 하나만 잘한다고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팀이 하나가 될 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마다 원팀을 강조하고, 원팀을 이루기 위해 반복 훈련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반복 훈련을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을 다지게 된다.

축구경기에서 팀이 선수 개인보다 항상 앞에 있음을 감독도 선수도 깨달아야 한다. 나 자신을 앞세울 때 믿음도 팀도 무너진다. 불신의 참혹한 결과를 우리는 요르단전에서 보았다. 믿음이 사라지면 팬도 구단도 광고도 사라지고 비난만 남는다. 믿음이 무너지면 모든 걸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