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일제강점기 경북 지식인들의 일기 자료 조명
‘류영희일기’ ‘흑산일록’ 등 우리 민족들의 ‘독립 염원’ 녹아 있어

‘김정섭일록’. 풍산김씨 영감댁 기탁 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안동 법흥동 고성 이씨 집안에서 손에 태극기를 들고, 우리는 독립 대한의 사람들이라고 부르짖었다”.

‘류영희일기’(‘우성록’) 1919년 3월 13일(음력 2월 12일) 일기 중 한 대목이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삼일절을 맞이해 경북 지식인들이 일제강점기 때 작성한 일기 자료와 함께 그 속에 담긴 기미년 만세운동의 기록들을 재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독립운동가 6명의 방대한 분량의 저술을 국역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류영희일기’, ‘흑산일록’ 등 일기에서 찾은 기미년 만세운동의 기록

안동의 전주류씨 함벽당 종가에서 기탁한 ‘류영희일기’는 안동에서 한평생을 올곧은 선비로 살았던 농포 류영희(1890~1960)가 1909년부터 1960년까지 50여 년 동안 작성한 한적(漢籍) 30여 책에 이르는 방대한 일기다.

류영희는 매년 일기의 제목을 다르게 붙였는데, 1919년의 일기는 ‘우성록’(寓省錄)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다. 2월부터 3월, 4월까지 서울과 평양의 만세운동 소식과 안동과 그 주변 지역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여러 경로로 전해 듣고 기록하고 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며 ‘우리는 독립 대한의 사람이다’라고 부르짖는 모습과 혈서로 그린 독립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모습, 일제의 총칼에 많은 사람이 부상당하는 모습 등 당시 독립의 염원이 간절했던 우리 민족의 모습이 생생하게 녹아있다.

이와 더불어 칠곡의 인동장씨 회당고택에서 기탁한 ‘흑산일록’은 회당 장석영(1851~1929)이 쓴 일기로 역시 지역에서 부응했던 3·1만세운동의 기록이 비교적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안동의 풍산김씨 오미동 영감댁에서 기탁한 ‘조고일록’은 위암 김정섭(1862~1934)이 1920년부터 1934년까지 작성한 일기다. 1919년 3월 1일로부터 1년이 지난 1920년 3월 1일(일기는 음력으로 기록해 1월 11일에 해당)의 일기에서 김정섭은 ‘지난해 있었던 만세운동으로 경성(京城)의 각 관청의 경비가 삼엄하다’고 기록하며 민초들의 독립 의지가 꺾이지 않았음을 설명한다. 오미동 출신의 독립운동가가 적지 않았던 만큼 김정섭은 일기에서 그들의 활약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류영희일기’ ‘우성록’. 전주류씨 함벽당종가 기탁 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류영희일기’ ‘우성록’. 전주류씨 함벽당종가 기탁 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독립운동가 6명의 저술 국역, 방대한 분량만으로도 독보적 성과

한국국학진흥원이 국역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독립운동가의 저술은 총 6종으로, ‘해창유고’(송기식), ‘홍와집’(이두훈), ‘척암집’(김도화), ‘대계집’(이승희), ‘회당집’(장석영), ‘해창묵’(조병국)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송기식과 김도화의 저술만 국역서를 출간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출간 대기 중이다. 이 인물들의 문집은 분량이 방대해 국역 작업에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은 본원 부설 한문교육원 출신의 청년 번역가들을 투입해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저술 번역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만도의 ‘향산일기’와 한말 유학자들이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도 번역 중이다.

배성길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겸 한문교육원장은 “본원 한문교육원 출신 청년 번역가들이 주축이 되어 향후 일제강점기 때 작성한 일기자료들까지 함께 번역된다면, 당시 독립운동에 대한 지역민들의 보다 생생한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동 지역 민간문화재단으로 2002년 1월부터 민간 소장 국학 자료 수탁 보관사업을 펼쳐온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202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저술 번역’ 사업을 추진, 만세운동 기록을 축적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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