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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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스타 이강인 선수(파리 셍제르맹)의 문제로 시끄럽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임 요구까지로 불똥이 튀고 있다.

아시안컵 축구대회 기간 중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주장 선수에게 대들고 선배 선수들에게 하극상을 보인 이 선수의 태도를 놓고 엄청난 비난과 후폭풍이 불고 있다.

2001년생 20대 초반의 이강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난이 쇄도하고 여러 계약이 끊겼고 팬들의 사랑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이강인 선수는 “한국축구의 미래”로 여겨졌다. 해외 클럽에서 성장하여 공격적이고 빠른 해외 축구를 배웠기에 그가 아시안컵 예선 기간 중 보여준 결정적 골과 활약으로 팬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그런 열광이 한순간의 거품으로 사라졌다.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한 치킨회사가 이제 이 선수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이강인을 모델로 발탁하며 ‘이강인 치킨’으로도 알려지면서 마케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었다. 결국 이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이강인의 광고 영상을 내렸다.

이강인을 모델로 기용한 K 통신회사 등도 프로모션 포스터를 내렸고 축구를 단독 중계하는 방송들도 이강인 출전을 내세우면서 마케팅을 하다가 그의 사진을 중계방송 공지에서 내렸다.

이런 가운데, 이강인이 영국 런던으로 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전해진다.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SNS에 게재했다.

이강인의 사과를 받아들인 손흥민도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이강인을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강인과 어깨동무를 한 채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를 두고 두 파로 갈려 용서와 질타가 또 이어지고 있다.“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어디서든 행복 축구하시길”, “반성하고 사과했다니 다행이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되어달라” “국민의 관심을 받는 선수인 만큼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길 바란다” 등 좋은 댓글도 달렸지만, “개인 간 사과, 용서와 별개로 팀에 분란을 일으킨 팀원에 대해선 규정대로 징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강인의 부모님, 그리고 뻔히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리려 애쓰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 마땅하다”며 한국 축구계를 향한 조언을 남겼다.

차 전 감독은 한 축구 행사에서 “축구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 멋진 사람, 주변을 돌볼 줄 아는 큰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이야기해왔다”며 아시안컵 기간 불거진 축구대표팀 내 갈등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아시안컵을 마친 뒤 스물세 살의 이강인이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일이 한국 팬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양적 인간관계야말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무기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이런 예절이 박지성과 자신이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비결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설사 아이들이 소중함을 모르고 버리려고 해도, 아이들이 존경받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어른들이 다시 주워서 손에 꼭 쥐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상을 받은 선수들의 학부모를 향해 “이 자리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어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품위 있고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할지 우선 생각해야 한다. 꼭 부탁드린다”고 하였다.

정말 이강인 사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보여준다.

그 하나는 한국과 외국의 문화의 차이이다. 해외에서 성장한 이강인은 해외의 문화에 익숙해서 이런 사태를 가져 왔을 것으로 본다. 선후배 관계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해외 문화로 그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교수들이 해외에 연구년을 갔다가 자녀를 해외에서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도 이와 유사한 문제에 부딪힌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는 존댓말 자체가 없어서 어른이나 아이나 평등하다는 개념을 갖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교육을 잘 받은 미국인들은 여전히 부모와 선배에게 예의있게 대한다는 사실이다. 문화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래서 여기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차범근 전 감독의 말처럼 부모가 한국적 예의를 잘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중 이렇게 한국적 예의를 잘 가르치는 부모도 많다. 그건 아름다운 전통이기도 하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국제적이라는 말도 있다. 한국적 예의는 해외에서도 아름답게 보고 있고 그것이 한국을 끌어가는 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