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다 내 것이라 여겼던 손발인데

손은 손대로 하고 싶은 것 하게 하고

발도 제 뜻대로 하라고 그냥 둡니다

내 맘대로 이리저리 부리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눈이 보여준 것만 보고

귀가 들려준 것만 듣고 삽니다

다만 꽃이 지는 소리를

눈으로 듣습니다

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손으로는 마음을 만집니다

발은 또 천리 밖을 다녀와

걸음이 무겁습니다

늙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시에 따르면 나의 몸이 나의 의지로부터 독립한다. 내 의지로 몸을 부리려 하면 몸은 이에 반항한다. 그러니 나는 나의 몸이 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 이때 몸의 부위들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꽃이 지는 소리를/눈으로” 들을 수 있게 되고, 손은 “마음을 만”질 수 있게 되며, 발은 “천리 밖을 다녀”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늙음에 순응하면 늙음은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