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가운데 다섯 번째가 청명(淸明)이다. 태양의 황경이 15도에 위치하며, 올해는 4월 4일(음력 2월 26일)이다. 음력으로는 3월의 절기다.

청명을 한자로 풀이하면 맑을 청(淸)에 밝을 명(明)이다. 날씨가 맑고 하늘이 차츰 밝아진다는 뜻을 의미한다. 음양오행에서도 청명에서 곡우까지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후(初候)에는 오동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며, 중후(中候)에는 종달새가 나타나며, 말후(末候)에는 무지개가 처음 보인다고 한다. 완연한 봄빛으로 가득한 화창하고 따사로운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음력 3월인 진월(辰月)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진(辰) 방향을 가리킨다. 해질녘에 칠성수(七星宿)가 남쪽 하늘 가운데 나타나며, 새벽녘에 견우수(牽牛宿)가 나타난다. 이달의 방위는 동쪽, 수는 8, 맛은 신맛, 냄새는 누린내다.

이 달은 생기가 왕성하여 양기가 활발하게 발산되고, 구부리고 있던 새싹이 모두 밖으로 나오는 때다. 그러니 묵은 곡식은 창고에 남겨둘 수 없다. 이에 천자는 관리에게 명하여 곡식 창고를 열어 가난한 자를 도와주고, 식량이 떨어진 자에게 빌려주게 하며, 재물 창고를 열어 제후들에게 예물로 보내 훌륭한 선비를 초빙하고, 어진 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인재를 구하게 했다. 또한 사공(司空)에게 봄비가 내려 낮은 곳의 물이 차오를 수 있으니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들판을 잘 살피고, 제방을 수리하며, 물길을 소통시키고, 도로를 정비하라고 명했다. 날씨가 포근해지면 해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이나 백성들의 굶주림을 살피는 것은 물론, 인재 등용을 중요하게 생각한 대목을 엿볼 수 있다.

청명 다음날인 4월 5일은 한식(寒食)이다. 동지가 지나고 105일째 되는 날이다. 한식을 한자로 풀이하면 차가운 밥을 먹는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였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에 따르면 청명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과 360개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 준다. 이를 사화(賜火)라 한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 했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의 충신 개자추가 공을 세우고도 벼슬을 받지 못하자 면산(綿山)으로 은둔했다. 나중에 문공이 잘못을 깨닫고 개자추를 나오게 하려고 불을 질렀지만 끝내 타 죽었다는 고사에서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서 찬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식은 잡귀들이 꼼짝없이 묶여있다고 해서 ‘귀신 맨 날’ 즉, 손 없는 날이라 했다. 그래서 산소에 잔디를 새로 입히거나, 비석이나 상석을 세우기도 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도 땅에 꽂으면 잎이 돋는다’는 말이 있다. 청명 다음날인 4월 5일은 식목일이기도 하다. 한때 공무원과 학생들이 식목일에 산에 가서 나무를 심은 적도 있었다.

이때는 봄을 완연히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에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볍씨 소독과 모판을 만들기 위해 논에 물을 대고, 써레질과 논둑과 밭둑을 손질한다. 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풍년이 들고, 궂으면 흉작을 예상했다. 어촌에서도 마찬가지로 풍어를 기대한다. 한식날 새벽에 천둥이 치면 서리가 일찍 오고, 저녁에 천둥이 치면 서리가 늦게 온다는 믿음도 있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다. 하루 먼저 죽으나, 하루 늦게 죽으나 별 차이가 없음을 말한다. 무엇보다 우선할 것은 청명과 한식에 불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천지의 음양이 바뀌는 시기라서 기후가 불안정하고,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반드시 불조심을 해야 한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명리학적으로는 청명부터 진월(辰月)이 시작된다. 진월은 봄의 마지막 달이다. 물을 머금은 토(土)다. 봄의 기운을 갈무리하여 다음 사월(巳月) 여름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계절 중에서도 가장 생명력이 강한 시기다. 그래서 진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왠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일도 잘 풀리는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명리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면 음양의 기준으로 볼 때 춘분을 기점으로 음이 양에게 주도권을 빼앗긴다. 본격적인 양의 기운이 득세하니 꽃도 피고, 씨앗을 파종할 수 있는 것이다. 확연히 낮이 밤보다 길어진다. 봄은 젊음의 계절이고, 시작이다. 사람의 인생으로 치면 이제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신혼기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젊어서 부지런히 일도 하고, 자식도 낳아 키우고,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부지런히 하듯이 말이다.

청명에 우리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지 한번 뒤돌아봐야 할 것 같다. 독신주의가 득세하고, 아이 낳는 것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생각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를 바라보면 걱정이 앞선다. 봄에 열심히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거둘 것이 있다는 단순한 이치를 거스르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