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전공의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MZ세대 특유의 퍼스낼리티가 우리사회의 주요담론이 되고 있다. MZ세대는 2000년대 전후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청년들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대학생부터 자녀를 둔 30대후반 학부모까지 포함된다.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대부분 MZ세대다.

대구에서는 새해들어 ‘MZ세대 공무원’이 이슈로 거론된 적이 있었다. 공직사회의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근무환경에 염증을 느낀 신규 공무원들이 대거 이직을 하는 경향이 계속되자 대구시가 기존 관행(인사철 떡 돌리기, 연가 사용 눈치 주기, 계획에 없는 회식, 개인 연락망 공유)을 타파하는 혁신방안을 내놓은 데서 비롯됐다.

전공의와 관련된 담론의 핵심도 ‘의료대란’ 원인 중의 하나를 MZ세대 특유의 성향에서 찾는다는 데 있다. 전공의들이 사법처리 위험에도 열흘 이상 복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부정적인 의료환경 때문에 실제 병원을 떠나겠다는 각오를 했을 수 있다는 논리다.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우리정부의 의료정책에 거부감을 느끼고 해외에서 기회를 찾으려 하는 움직임은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 아마 의대생이나 전공의를 자녀로 둔 부모들 상당수가 이로 인해 속을 끓이는 일이 많을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의사면허 시험 정보공유 커뮤니티(usmle Korea)의 접속량이 폭주하면서 한때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20여 년간의 면허시험 정보가 누적돼 있어 미국 의사를 희망하는 한국 의사들의 안내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시위용’으로 인식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들의 성향을 볼 때 지금처럼 정부가 국민지지를 믿고 계속 위협을 할 경우,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연일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을 강조하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음에도, 이제 전국 주요 수련병원 인턴합격자들까지 계약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윤석열 정부가 의대정원을 2천명 늘린다고 해서 한국의료의 고질적인 병폐(필수의료·지방의료 공백사태)가 사라진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오히려 의대정원 확대는 우리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인 ‘사교육비 뇌관’을 건드려 대형학원 수입만 늘려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과학·산업계는 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이고, 재학생들의 대규모 자퇴가 예상되는 이공계 대학들도 비상이 걸려 있다.

한가닥 실낱 같지만, 이번 주들어 정부와 전공의 간의 타협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전제로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가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했고, 의대 교수협의회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일부 수련병원에선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움직임도 있는 모양이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 서로 입장을 경청하면서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