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단풍나무의 일종인 고로쇠 나무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전후해 자신의 몸에서 많은 수액을 내놓는다. 땅속의 수분과 뿌리에 저장해두었던 양분을 빨아올려 몸 밖으로 내놓는 수액 속에는 칼슘과 미네랄, 마그네슘 등이 함유돼 이를 마시면 인체내 노폐물 배출과 피로회복, 미용 등에 좋다고 한다.

고로쇠 약수는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지리산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목이 마른 병사들이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한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또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좌선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아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았으나 나무가 부러지는 바람에 넘어졌다고 한다. 그때 부러진 나무에서 수액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받아 마시니 무릎이 펴지고 원기가 회복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처음에는 뼈에 유익한 나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 고로쇠로 바뀌었다고도 한다.

경칩을 전후해 20일 정도 채취가 가능한 고로쇠 약수를 맛볼 수 있는 고로쇠 축제가 시작됐다. 지난 25일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내달 초까지 남원, 진안 등지에서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특히 고로쇠물 채취는 밤 기온이 영하 3∼5도, 낮기온 영상 8∼13도일 때가 좋다고 하니 지금이 적기다. 고로쇠 약수 효과가 알려지면서 봄철만 되면 전국에서 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 그 중에는 봄의 기운을 느껴보고자 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벚꽃 개화기도 예년보다 3∼6일 빨라질 것 같다는 소식도 들린다. 고로쇠 약수 축제가 시작됐다는 것은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알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