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수 수필가
강길수 수필가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미사 복음에서 이 성경 이야기를 들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우리 사회도 깊은 병이 들었다. 몸의 한 부위가 병들면 온몸이 아프거나 영향받듯, 지금 우리 사회 공동체도 지체(肢體)들이 심한 병을 앓고 있다. 나병 환자가 하고자 하여 예수께 무릎 꿇고 도움을 청해 나았듯, 우리 사회도 지금 무언가 하고자 해야 한다.’

한국의 가장 크고 심각한 병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부정선거다. 2020년 4·15 총선 직후 우리나라는 부정선거 문제가 제기되었다. 많은 애국자의 희생적 노력으로 부정선거는 사실로 드러났다. 선거소송 재검표장에서 쏟아진 수많은 위조 투표지는 물론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결과 수치의 통계학적 분석데이터 등은 확실한 증거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좌 편향된 악의적 정치재판으로 부정선거의 진실을 덮어버리거나 쉬쉬하며 정의를 묻어버린 망국적 행태를 보였다.

나라의 선거 공정성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결연한 활동으로 국민 절반 이상이 부정선거 사실을 알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또 국정원과 인터넷진흥원의 합동 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도 발표되었다. 이어 KBS의 부정선거 관련 보도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엔 여당 비대위원장이 사전투표지 감독관 도장날인을 인쇄로 갈음하지 말고 법대로 ‘개인 도장날인 시행’을 수차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변화는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은 나병 환자의 결기와 같다. 그의 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병고에서 나으려는 절실한 자각에서 비롯되었을 터다. 사무치게 병이 낫기를 바란 환자는 이제 병을 낫게 할 분만 찾아가면 되었다.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기의 간절한 소망을 부탁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크고 심각한 병은 어찌해야 나을까. 이런 마음이 든다. 우선 선관위가 침묵하는 국민과 하늘 무서움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나병 환자처럼 ‘하고자 하면’ 길이 보이리라. 다음 대통령이 선관위에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일이다. 국민에게서 통치권을 위임받은 최고 책임자로서 나라의 크고 시급한 이 문제를 꼭 ‘하고자 하는 일’로 삼아야만 한다. 이는 선거 개입이 아니라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의 하나다. 그다음 정치권 여야가 함께 공명선거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58조 3항은 사전투표지에 투표관리관 개인 도장날인을 규정하고 있다. 한데 선관위는 공직선거관리규칙 84조 3항에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게 했다. 법 위반이며 해괴한 망발이다. 인쇄는 인쇄고, 날인은 날인이다. 부디 선관위, 정부, 여당, 야당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오는 4·10 총선부터 우리나라가 부정선거 중병에서 깨끗이 낫도록 해 주기 바란다. ‘하고자 하면’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