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총선용 포퓰리즘(populism)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선거 때마다 도지는 ‘망국적 고질병’이다. 매표나 다름없는 선심성 공약을 여야가 경쟁적으로 남발한다. 여당이 50을 약속하면 야당은 100을, 또 다시 여당은 150을 던지는 ‘투전판 정치’다. ‘아니면 말고’식의 허황된 공약을 하는가하면, 여야가 야합해서 ‘예타 면제 특별법’으로 대못을 박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오자 소상공인들에게 재난지원금 환수면제, 대출이자의 현금반환, 전기료감면 및 신용사면을 단행했다. 또한 부동산·주식·금융투자자들에 대한 소득세와 상속세의 감세도 발표했다.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외치던 대통령의 표리부동(表裏不同)이다.

여당과 야당의 ‘개발 포퓰리즘’ 경쟁은 더욱 가관이다. 여당이 1기 신도시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푸는 특별법을 발의하자, 야당은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특별법을 발의했다. 여당이 수도권도심철도 지하화를 공약하자, 야당은 전국 모든 도심철도의 지하화로 맞섰다. 여당이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다시 띄우자 야당은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예타를 면제했다. 심지어 여야는 야합하여 대구∼광주 달빛철도 특별법과 수도권 철도지하화 특별법을 모두 예타 없이 통과시켰다.

‘복지 포퓰리즘’은 또 어떤가. 야당이 노인 간병비의 보험 급여화와 경로당 주5일 점심제공을 발표하자, 여당은 간병비의 국가부담 확대와 주7일 점심제공으로 맞불을 놓았다. 여당이 2028년까지 기초연금 40만원을 공약하자 야당은 2026년까지 모든 고령층에 기초연금 제공을 약속했다. 야당이 청년들에게 월 10∼20만원 수당, 학자금 무이자대출, 교통비 할인 청년패스를 공약하자, 여당은 대학생 50%에서 80%까지 국가장학금을 주는 동시에 ‘대학생 1천원 아침밥’의 확대 및 연 2%대의 주택담보대출을 약속했다.

이러한 막가파식 선심성 정치는 망국의 길이다. 포퓰리즘에 빠졌던 이탈리아·그리스·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금 참회하고 있다. 총선을 겨냥해 여야가 던지는 포퓰리즘은 ‘마약’이다. 국민이 ‘마약’에 빠져 판단력이 흐려지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대가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국민에게 돌아온다. ‘마약 복용’의 대가는 경제파탄이고 미래세대의 불행이다.

포퓰리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면 정치 불신을 초래하고, 약속대로 실행되면 재정악화로 경제가 거덜 난다. 물론 정치인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약 같은 권력’에 중독된 정치인들이 ‘마약 같은 포퓰리즘’을 국민에게 투여하고 있으니 제정신이 아니다.

결국 미래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민은 매월 300만원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헌법개정안을 77%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킴으로서 남유럽이나 남미처럼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았다. 앞날을 내다본 그들의 혜안(慧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