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4·10 총선이 6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여야는 각기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선거 초반 민주당은 강서 보궐 선거 압승, 국힘당 지도부의 혼선, 대통령 부인 명품 백 수수 사건 등으로 압승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한동훈 비대위의 출범 이후 총선 판세는 여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민주당이 이래서는 이길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계속된 악재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이번 주 코리아 리서치 등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 31%는 39%의 여당에 뒤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동훈 국힘당 비대위가 그렇게 잘한 것도 없는데 민주당 지지율은 이렇게 추락할까. 처음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기대치 라고만 생각했다.

민주당 지지세의 추락 원인은 총선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의 근본적 각성과 개혁 없이는 이번 총선의 야당 승리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선거는 상대를 이기기 위한 총력전이며 반드시 승리해야 힘이 생긴다. 전 당원의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 내부의 갈등과 내홍은 총력을 약화시킨다. 이미 민주당의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은 탈당하였다. 예고된 탈당인데도 당내에서 수습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직 당대표 이낙연과 이상민 의원의 탈당은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마저 없었다. 이재명 열성적 지지자들은 ‘수박청산’이라고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이낙연의 ‘새로운 미래’신당은 민주당 공천 탈락자를 맞이할 거물까지 쳐 두었다. 이낙연 전 당 대표의 정치 행보에 비판적인 사람도 많다. 필자 역시 그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재명 당 대표가 당 분열사태의 심각성을 인식치 못하는데 있다. 현대 민주정당에서는 당권파인 주류와 비당권파인 비주류는 있다. 민주당도 친명과 비명은 공존해야 한다. 이들 간의 경쟁만이 당의 역동성을 기대할 수 있다. 선거 전야의 당내 갈등과 내홍은 결국 민주당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민주당 공천과정의 마찰음도 선거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김영주, 이수진 의원 등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컷오프 된 탈락자들은 당의 공정한 공천 기준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농성까지 하고 있다. 공천 후유증으로 탈당 도미노가 이어진다면 당의 결속력은 현저히 저해된다. 흔히 정당 공천에는 NBA특성이 따른다고 주장한다. 공천은 다소 시끄럽지만(Noise), 균형(Balance)과 놀라움(Amaze)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민주당 공천에는 균형도 무너지고 인물에 대한 놀라움마저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번 공천은 비명 제거용 사천이라는 혹평이 따랐다. ‘친명횡재(橫財), 비명횡사(橫死)’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임혁백 당 공천위원장은 출범 초기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공천 탈락자들이 당의 여론조사마저 불신하고 있다. 이러한 공천 과정의 대립과 갈등이 지나치면 단일대오의 선거는 치르기 어렵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산뜻한 정책이나 공약마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검찰 독재 심판’마저 여당의 ‘민주당 심판’에 막혀 제대로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오직 대통령 부인 명품 백 하나에 기대를 걸수록 민주당의 선거 공약은 희미해진다. 심지어 총선이 코앞인데도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문제를 따지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의 반반의 책임이 분명하다. 이를 후보 공천에 적용한다면 친명과 친문간의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결국 민주당 선거 결속력만 소실시킬 뿐이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국회의원 세비 삭감’ 공약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민주당은 ‘의사 정원 2000명 확대’라는 의료 정책마저 여당에 빼앗겨 버렸다. 기후위기, 인구 절벽, 꽉 막힌 남북문제, 고물가 등 절박한 민생문제에 대한 정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의 지역별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는 정황에서도 민주당의 장밋빛 공약마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총선의 승리를 위한다면 선거의 전략적 틀부터 확 바꾸어야 한다.

공천에는 의례 잡음이 있다는 안일한 사고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권노갑, 정대철 민주당 원로뿐 아니라 전직 정세균, 김부겸 총리의 고언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재명 대표의 당 통합과 결속을 위한 재빠른 결단이 있어야 한다. 아직 남아 있는 후보 공천만이라도 제대로 된 ‘이기는 공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표의 결기와 시원한 사이다 발언도 들을 수 없다. 지난 2년 간 시달려온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트라우마 때문일까. 이러다간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하고 선거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있다. 이러다간 그가 주장한 ‘151석의 승리’도 어렵고 ‘화려한 패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대표직의 전격 사퇴나 총선 불출마 선언 같은 극약 처방도 필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심기일전의 총선 전략 없이는 야당의 총선승리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