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16억 투입 올 상반기 설치
공고 기간 겨우 13일, 졸속 기획
입찰자 “양질 콘텐츠 준비 부족”
시민들 “기존 설치물도 유명무실”

최근 포항시가 공사비 16억원을 들여 조성한 포항북구청 미디어 파사드 야외 시설물. /이시라기자

포항북구청 외벽에 운영 예정인 미디어 파사드 영상물 사업에 대한 ‘예산 낭비’우려가 많다.

포항시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총공사비 16억원을 투입해 북구청 외벽에다 미디어 파사드를 상영하는 ‘문화예술팩토리 반응형 미디어 파사드 사업’을 벌였다. 포항시는 북구청 앞 광장 숲에 콘텐츠 영상 투사기 등 각종 장비를 설치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건물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cade)의 합성 용어로, 건물 벽면을 디스플레이용으로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상영하는 것이다.

향후 포항시는 이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 지역 주민들에게 불꽃축제와 포항시화인 장미 관련 영상물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처음 사업을 발주할 당시부터 ‘졸속 사업 진행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제기됐다.

시는 지난해 4월 13일 포항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미디어 파사드 구축 ‘긴급 입찰 공고’를 고시했다.

공고기간은 4월 19일부터 5월 1일까지 13일로, 당시 ‘입찰 공고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

관련 업계에서는 “공고 기간이 너무 짧으면 사업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준비하기 어렵다”면서 “이럴 경우 보통 대관 로비력이 강한 업체가 수주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미디어 파사드’ 영상물은 쉽게 식상 하는 등 유행에 매우 민감한 문제가 있다.

때문에 콘텐츠를 계속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하드웨어 역시 지속적으로 유지·보수·개량돼야 한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들이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해 많은 예산으로 미디어 파사드를 구축해 놓고도 얼마 뒤 유명무실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포항시는 지난 2018년 예산 35억원을 투입해 중앙상가에 만든, 요트 형상의 ‘실개천 전망대’ 돛부분에 ‘대형 LED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했다.

이 ‘미디어 파사드’는 너비 10m, 높이 16m 규모로 당시 3개 테마 영상물을 상영했었다.

그러나 얼마 뒤 인기가 시들해지자, 시는 ‘월 전기세 60만원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상영시간을 7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였다.

지금은 지역에서 미디어 파사드 상영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의 대상이 돼 있다.

중앙상가 상인 A씨(62)는 “‘실개천전망대 미디어 파사드’는 설치 당시 시가 ‘구도심 새로운 랜드마크’로 홍보했으나, 한 달도 안 돼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면서 “포항북구청 미디어 파사드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북구청 미디어 파사드 야외시설물은 빗물 등에 대한 보호장치가 잘 돼 있어 쉽게 고장 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지·보수 등에 관한 예산도 조만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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