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해 춤을 새로운 취미로 가져보면 어떨까. 사진은 ‘2022 영덕 고래불 해변 탱고 페스티벌’모습.
책을 읽다 한 대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춤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음정도 문제지만 박치다보니 그동안 노래방 가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몸치까지 가졌으니 춤은 내겐 더 요원한 일이다. 그런데 춤이 내 눈에 들어온다.

지금 내 나이도 갱년기를 살아가고 있다. 변화하는 몸, 욕망하는 자아….‘월경 끝’그 이상, 여성 호르몬의 불규칙과 감소로 인한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상실감은 더 커졌다. 곧 노화의 길로 급격히 들어서는 길이라 생각하니 우울해진다.

나도 치매기가 있는 엄마가 겪었던 기억력 감퇴, 늘어가는 주름, 안면 홍조, 수면 중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 땀, 불면증이 따라붙는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많아진다. 우울한 마음을 벗기 위해 책을 파고든다. 나이 많은 남녀가 춤을 춘다. 나는 그들의 춤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의 몸짓에 리듬이 있다. 얼굴 가득 담긴 흥을 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누군가가 들려준 콜라텍 이야기들을 들을 때 마다 유치하고 저질스럽고, 일명 날라리, 제비들이 모이는 곳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들은 중장년층들의 권리인 양 행복에 겨워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샤방샤방한 옷을 입은 여자들과 정장을 차려 입은 신사들이 화려한 조명 불빛 아래에서 춤을 춘다. 내가 그 속에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갑자기 흥분이 되었다. 내 몸이 움찔움찔 기분이 막 좋아짐을 느꼈다. 나도 언제가 한번쯤은 해보리라는 생각만으로 가득찬다.

도전해 보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나도 그들과 함께 있다면, 음악과 함께 흥이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심장이 붉게 뛰는 것 같다. 특정한 언어형식에 묶이지 않은 몸의 언어에 대한 흥미로운 시사점을 안겨준다. 다시 말하면 몸이 말해주는 소통과 표현을 가능케 해주는 매체임을 알게 해준다. 춤은 도구나 수단이 필요 없는 예술 행위이며, 몸 정체성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파격적인 자기표현이다.

늙음이란 혼자가 되는 과정이다. 현실을 똑바로 직면할 용기와 현실 너머를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고독 속에서 자신을 전면적으로 만나는 삶이다. 외로움이 아니라 ‘외톨이’라는 불안하고 고통스런 고립의 감정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의미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과 전면적으로 만나는 고독의 시간은 공허나 고립, 불안을 동반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고 하지 않는가. 홀로이면서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필요한 지금, 나는 잠시 춤바람에 마음이 설렌다.

친구에게 전화했다. 조금 전 내가 느낀 마음을 얘기하자 그녀가 박장대소를 한다.

“니가?” /김영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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