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화관 디아크.
강문화관 디아크.

대구와 고령의 경계 지역에는 한눈에도 독특한 건축물이 공원의 낮은 언덕 위에 홀로 놓여있다. 이 건축물은 길고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데, 마치 은빛 고래가 몸체를 위로 치켜들며 배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래의 배부분은 어느 유명 브랜드 가방의 표피마냥 누빈 것도 같다. 실제로 건축가 하니 라시드는 강·물수제비·물고기와 같은 자연의 모습과 한국도자기의 곡선미를 디아크(The ARC·Architecture/Aristry of River Culture)에 담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물고기가 물 밖으로 튀어오를 때 생긴 물의 수려한 곡선이나 물수제비로 인한 물의 파장과도 닮아있다. 대부분 상자 모양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축물에 익숙한 막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멋있는 예술작품으로 보인다.

디아크는 강의 과거와 현재를 전시하는 강문화관이다. 대구를 관통하는 낙동강과 금호강 같은 강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그에 맞는 작품과 미디어 영상을 전시한다.

특히 실내 바닥과 벽면의 디자인 모두 물의 색깔인 화이트와 블루를 활용하여 장식하고 물의 형태를 표현함으로써 건물 전체가 비정형인 물을 3차원의 공간에 2차원의 영상으로 형상화했다.

지하 1층은 상설 전시실과 세미나실이 있고, 1층과 2층은 써클 영상존으로 예술품과 ‘생명의 순환’ 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다. 3층은 카페테리아가 위치하며, 루프탑이 있어 낙동강과 금호강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루프탑의 작은 연못은 디아크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또한 건축물의 실내 가운데가 위아래로 뻥 뚫려있어 층간에 답답함이 없다. 마치 고래 속을 탐험하는 피노키오처럼 독특한 실내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과 전시 공간, 전망대와 탁 트인 경관까지 디아크는 물의 이미지를 담아 힐링을 선물하는 정다운 친구가 된다.

밤이 되면 디아크는 대구의 랜드마크로써 또 다른 배역을 맡는다. 낮의 친근한 은빛 고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미디어파사드의 화려한 옷을 입으며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한다. 건축물의 은빛 외피가 보라색과 파란색 등 여러 색깔로 변하고 레이저빔이 함께 어두운 밤의 전경에 수를 놓는다. 멀리서도 화려한 색깔로 변신하는 건축물은 무대 위에 홀로 올라선 주인공처럼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현대의 도시는 비슷비슷한 도시들의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디어파사드는 이러한 도시의 아이덴티티 구축을 빠르고 쉽게 만들어준다. 미디어파사드는 미디어와 파사드의 합성어로서, 건물 외벽에 미디어 기능이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물이 디지털 미디어를 융합하여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건축의 형태로 현재는 건축 예술의 종합적인 표현 방법으로 많은 도시에서 활용되고 있다.

초기의 미디어파사드는 도시의 건축물에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건축물의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광고나 정보, 이미지를 단순하게 표현하고 전달하였다. 현재는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영상 기술과 대형 발광 스크린 설비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미디어파사드의 적용과 표현 방법이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점점 미디어스크린과 건축물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융합되고 있다.

이에 도시의 다양한 정보를 선전하고 홍보하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개가 되거나, 문화전시 등 예술적 역할을 하거나, 도시의 야경을 풍부하게 하거나,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미디어파사드가 활용된다.

베이징올림픽 때 ‘워터 큐브’는 낮에는 수영경기장으로, 밤에는 물거품을 표현한 미디어파사드로 국가이미지를 랜드마크하였다.

홍콩은 낮과 다른 매력의 야경 미디어파사드가 유명하여, 이를 구경하려는 관광객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독일월드컵 때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는 고무보트 모양의 건축물을 뒤덮은 미디어파사드로 어떤 팀과 어떤 팀이 경기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였다.

인천항 7부두의 폐곡물창고는 부두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

경주의 대릉원에 펼쳐졌던 한밤의 미디어파사드는 도시축제의 또 다른 형태를 제공하여 시선을 끌었다. 대구의 강문화관 디아크는 낮에는 친근한 힐링 공간이자 전시관으로, 밤에는 멀리서도 단번에 보이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3차원의 공간과 2차원의 영상을 건축물의 외피뿐만 아니라 전시관이 있는 실내까지 확장하여 미디어파사드를 적용하였다.

미디어파사드는 문화·역사·생태 등 다양한 관점에서 도시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시키고, 산업 발전으로 연결시키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폭넓게 공유하기에 적합한 건축과 미디어의 융합 표현 기술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도시의 야경이 미디어파사드로 인해 매력을 더하는 듯하다.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최정화 스토리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