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대거 사표를 내고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대구의 상급 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예고한 대로 사직서를 내고 상당수가 진료실을 떠났다. 대구지역에선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10개 병원에 전공의 829명이 수련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는 취지의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전국 1만3천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의 집단 움직임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환자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응급실에서 수술보조와 응급처치 등을 맡기 때문에, 이들이 이탈하면 중환자와 응급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공의 대부분이 어제부터 출근하지 않은 서울 대형병원들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으며, 진료·입원환자 대기시간도 길어지는 모양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병원과 보건소 평일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는 불가능하다.

자칫 의료시스템 붕괴로까지 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정부와 의료계는 극단적인 감정대립을 계속하고 있어 답답하다. 정부는 연일 ‘고발’, ‘의사면허 박탈’을 언급하면서 “타협은 없다”는 강경입장이고, 의사들은 “의료대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대응하고 있다.

양측은 당장 비이성적인 감정대립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의대정원을 2천명 늘려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의료계를 설득할 협상카드도 마련해야 한다. 필수의료 수가인상이나 위급환자치료에 동반될 수 있는 형사책임에 대한 부담경감 조치는 의료계의 해묵은 현안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1분1초가 급한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수술실을 방치해 환자들이 목숨을 잃은 사태가 발생하면 일차적인 책임은 병원을 떠난 의사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