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떡 위에 꽃이 그려진 웃지기를 올린다.
시댁으로 시집와 첫 제삿날, 떡을 사지 않고 만들어서 제사 지내는 경험을 했다. 그것도 한 가지 떡이 아니라 찰떡, 절편, 추석이면 송편까지 빚었다. 찰떡도 고물을 색색으로 만들어야 했다. 검은깨와 흰깨는 거져먹기였고 흰 팥이나 카스텔라를 체 쳐서 만드는 게 손이 많이 갔다.

상에 올릴 때는 절편을 맨 아래 두 켜 포갠다. 그 위에 검은깨찰떡, 흰깨찰떡 순서로 올리고 카스텔라 고물을 묻힌 찰떡을 올린다. 찰떡 속에는 붉은팥을 으깨 넣어 완성했다.

높게 쌓은 떡 위에 웃지기를 올려 완성한다. 떡을 보기 좋게 높이 쌓는 일은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머님이 척척 해내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설 추석 기제사 합쳐 여덟아홉 번씩 하시며 몸에, 손에 밴 덕분일 것이다. 갓 시집온 새색시가 쌓다가 제사가 끝나기도 전 상에 올리다 무너뜨리는 실수를 하고 말 일이다.

첫 제사에 전을 한나절 내내 굽고 나니 어머님이 하얀 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체에 내려 익반죽한 덩어리를 주시며 웃지기를 구우라고 했다. 웃지기라구요? 그게, 뭐에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당최 모를 일이었다. 부엌에서 생선을 손질해 볏짚을 깔고 찜솥에 찌려던 어머님이 손을 깨끗이 씻어 생선 냄새를 없앤 후 나오셔서 시범을 보였다.

반죽을 떼서 둥글려서 직경 5cm, 두께 1~2cm 정도로 둥글납작하게 빚는다. 전기 프라이팬 불을 약하게 한 후에 동그란 반죽을 올려 손으로 살살 눌러 동그랗게 편다. 반죽이 마르기 전에 미리 돌려 깎아 놓은 대추를 눌러 꽃잎을, 잔 파로 줄기와 잎을 완성한다. 그러고 뒤집어서 앞면을 구워 완성한다. 다 익은 것은 넓은 쟁반에 펴서 서서히 식힌다. 식히는 사이사이 한 번씩 떡을 떼었다 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찰기로 인해 떡이 쟁반에 척 달라붙어 떼어내려다 둥근 모양이 늘어나거나 찢어지고 만다. 여러 번 손이 가야 완성되는 음식이다. 더 고운 웃지기를 만들려면 가루를 4등분하고 분홍, 노랑, 초록 각각의 색을 넣고 쑥갓잎과 대추를 붙이고, 설탕 시럽이나 꿀을 바르기도 한다.

포항 장기에서는 웃지기라고 하는 것을 떡 사전에는 웃기라고 나온다. 웃기떡은 그릇에 떡을 담거나 괴고 그 위에 모양을 내려고 얹어 장식하는 떡으로 주악, 화전, 부꾸미, 우찌지, 단자, 산병, 색절편 등 여러 가지가 쓰인다고 한다. 웃기떡 용도로 별도로 만드는 같은 이름의 떡도 있다. 흰 떡에 물을 들여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떡으로, 다른 말로 색떡이라고도 한다. 주로 장식용으로 쓰인다. 색떡이라는 이름답게 여러 가지 색을 내는 재료로 물을 들인다. 깨, 꿀, 계피가루를 섞어 깨소를 만들고, 대추는 돌려깎기하여 다진 다음 꿀과 계피가루를 넣어 대추소를 만들고, 반죽에 소를 넣고 조약돌 크기 정도로 빚어 100℃의 기름에 지져낸 다음 설탕 시럽이나 꿀을 바른다.

우찌지는 만드는 방법이 좀 다르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빚은 반죽을 넣어 한 면이 다 익으면 뒤집어서 준비한 소를 중앙에 놓고, 반을 접어 고명을 얹고 꿀이나 설탕 시럽을 바른다. 모양과 색이 화려하고 고우므로 주로 편의 웃기떡으로 많이 쓰였다. 또한 혼례 때나 사돈댁에 이바지 음식으로 보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풍속은 특히 집안 여인네들의 입막음용으로 시댁 식구들과 친척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잘 유지되길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우찌지, 우찍이라고도 불리며 우찍은 별[성진(星辰)]을 나타낸다고 한다.

명절마다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줄이느라 웃지기도 없앴다. 이대로 사라질까 두려워 기록으로라도 남긴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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