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뒤 오늘(20일) 병원을 떠나기로 함으로써 환자와 그 가족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주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어제 이미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 병원 외에도 전공의들의 사직은 잇따르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천명이다.

각 병원은 현재 전공의들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수술 스케줄 조정 등을 하고 있다. 정부와 각 병원이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되면 수술·입원연기 등 환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진다. 2만여 명에 이르는 전국 의대생들도 동맹휴학을 결의한 상태다.

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지지를 앞세우며, 강경일변도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사직 연가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한 상태다.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화나 타협은 없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할 권리가 있는 의사단체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자세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을 하는 행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지지를 믿고 의료계와 막가파식 감정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국민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정부라면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왜 의대정원을 꼭 2천명 증원해야 하는지, ‘의대블랙홀’ 현상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을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어야 의대정원 확대정책의 타당성이 입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