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자 멋대로 연·행 나눠 원형 변질

바른 정보를 얻으려면 인터넷 자료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직접 책을 보고 공부를 해야 한다. 사진은 시낭송가들이 정지용 문학관에서 시인의 시와 생애에 대해 듣고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거의 모든 자료를 인터넷에서 얻는다. 인터넷에는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누구나 터치 한 번으로 그 자리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참으로 편리한 시대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가속되었다. 지식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일반인도 전문적인 분야의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 뒤에는 간과 못할 문제점이 있다. 특히 시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시집을 사지 않는다. 대형서점의 시집 코너는 거의 사라졌다. 시집은 이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시인들이 사서 읽는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검색에 의존한다. 그렇지만 한 편의 시를 검색했을 때 제대로 올려진 원본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각종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올려진 시들을 보면 게시한 사람 마음대로 연을 나누고 행도 나눠져 있다.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란 연과 행이 굉장히 중요한 장르이다. 시인은 연과 행을 나눌 때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다. 압축된 언어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시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중요하다. 행갈이도 고도의 의도를 가지고 한다. 문장에 어울리는 한 글자를 찾기 위해 몇 달을 고민하기도 한다. 문장부호 하나에까지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려진 시들은 이런 시인의 노고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읽기 편한 대로 보기 좋은 대로 시를 올린다. 그것이 얼마나 시인에게 결례가 되는 일인지 인식조차 못한다.

시낭송을 하기 위해 시 원본을 찾을 때면 더욱 심란하다. 시낭송이란 시인이 문자로 쓴 시를 소리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목소리와 감정으로 낭송을 했다고 해도 원본 자체가 틀린 것이라면 그 시낭송은 제대로 된 시낭송이 아니다. 시를 쓴 시인의 이름마저 잘못 전파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까지 있다. 시낭송이 대중에게 크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은 더욱 인터넷 정보가 올바른 것인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번 잘못 전달되면 다른 사람이 그걸 그대로 습득하여 일파만파로 잘못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시를 게시하는 사람은 자신이 올리는 원본이 정확한 것인지 반드시 점검하고 올려야 한다.

모든 것을 쉽게 검색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시대이지만 시만큼은 좀 더 신중하게 읽기를 바라본다. 시집 구입이 용이하지 않다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아무리 시가 시인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라고 해도 그건 감상의 영역이지 시 원본을 훼손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독자들이 누군가가 마음대로 바꾸어버린 불구의 시가 아닌 시집 안에 살아있는 진짜 시를 만나기를 바라본다.

/엄다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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