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부터 속속 입점한
대기업 브랜드가 호황 누렸지만
잇단 폐업에 한 두곳만 명맥 유지
상권 이동한 설머리 물회지구로
중형 커피숍들 ‘우후죽순’ 창업
‘오션뷰’ 앞세운 초대형 매장 2곳
젊은층 등 고객 흡수 ‘호황’ 누려
생존 경쟁서 밀린 매장들 ‘울상’

설머리상권의 커피시장을 평정한 초대형 커피전문점. / 구경모기자

포항의 중심상권인 영일대해수욕장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커피 대전(大戰)’이 20여년째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초대형 커피전문점 2곳이 일대 커피시장을 평정한 후 2강 체제를 완전히 굳혔으나 워낙 유행에 민감한 한국 사회의 특성을 감안, 향후 시장 재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포항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는 2000년대 초부터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인 앤젤리너스와 스타벅스, 탐앤탐스, 할리스 등이 줄을 이어 입점했다.

당시 커피전문점 규모는 단층이나 1·2층 복층인 150㎡ 안팎의 규모로, 임대로 매장을 낼 경우 개설 비용이 대략 4억원대 수준이었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이곳 상권의 커피전문점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역민들의 먹자거리였던 영일대가, 관광지 상권으로 변모하면서 지가 급등에다 고질적인 주차난 등의 문제에 부딪혔다. 그러자 커피전문점 중심 상권이 영일대의 북쪽 인접 설머리 물회지구로 이동해 버린 것.

이 과정에서 영일대의 10년이상 장수 커피 브랜드인 엔젤리너스와 탐앤탐스, 할리스 등이 폐점하고 현재는 스타벅스 등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당시 설머리 상권에는 바다가 모래사장에 수천평대 무료공영주차장이 들어서는 장점에 편승, 2·3층 300∼500㎡ 규모의 중형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커피전문점 주고객층이 지역 주민에서 관광객으로 바뀌면서,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매장 대신 개성 있고 바다 전망이 좋은 개인 커피전문점들이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설머리 상권의 이같은 유행도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2021년 지상 4층에 연면적 349평 규모 A점, 2022년에는 지상 5층 연면적 453평 규모의 B점 등 초대형 개인 커피전문점이 잇따라 입점한 것.

루프바와 테라스를 갖춘 두 매장은 현재 영일대와 설머리 상권의 커피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두 매장은 현재 평당 2천만원을 넘는 지가를 고려할때 땅 매입 후 건물을 신축할 경우 최소 오픈 비용이 7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매장이어서 인테리어가 특색이 있는데다 바다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션 뷰’가 특징이다. 커피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특화시켜 젊은층을 주축으로 다양한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매장은 월 매출 1억5천만원∼2억원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일대 중소형 수십여개 커피전문점 대부분은 영업난으로 폐점과 점주 교체가 계속되는 등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호동 C공인중계사는 “수년전 10∼20억원대로 땅을 구입해 건물을 짓고 커피점을 오픈한 업주들은 많이 어렵다”면서 “비교적 쉬운 장사인 커피점에 많은 관심이 몰리지만, 이같은 급격한 상권 변화는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머리상권 카페 점주 A씨는 “초대형 매장 양강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일대 대부분 중소형 매장들은 경쟁력을 잃고 테이크 아웃’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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