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획 ‘2024 유리상자-아트스타’Ⅰ신예진展
‘열 명의 나무 가운데 한 아이가 있어요’ 주제 내달 24일까지

신예진作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거대하게 박제돼 실재하는 나무의 형상으로 보이다가도 생물의 한 부분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형태로 설치된다. 자연사 박물관에 있던 공룡의 뼈대를 감상하며 그 뼈대 위에 살을 붙이고 생명을 불어넣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설치된 대형작품은 가동을 기다리는 미지의 생명을 연상하게 한다. 그 주변에 백자 입방체로 제작된 나무와 돌들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세라믹 타워가 일정한 간격으로 원형을 그리며 나열해 있다. 작품은 자연이 스스로 만든 신전이나 제단의 형태로도 보인다. 신도들에게 은혜를 내리는 듯, 연출된 빛의 움직임이 전시장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비춘다. 그리고 찬송 같기도 하고, 기도 같기도 한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대구봉산문화회관은 지난 1월 19일부터 오는 3월 24일까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2024 유리상자-아트스타Ⅰ신예진’전을 열고 있다.

신예진은 ‘인간-예술-자연’ 사이 만남의 다양한 유형을 성찰하는 활발한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열 명의 나무 가운데 한 아이가 있어요’를 주제로 10개의 나무들로 하여금 경쟁이 아닌 연결성과 소통으로 서로를 잘 보살펴 숲을 이룬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실 바닥 제기(祭器) 형태를 가진 백자 더미 위에 개구리, 나비 등을 전사한 후 하나하나 ‘돌 위에 나무, 나무 위에 돌’로 쌓아 산을 짓는다. 이렇게 쌓인 세라믹 탑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원형을 그리며 열주를 이루고, 그 중심에 우직하게 서 있는 나무 하나는 기계장치를 그 핵심부인 밑동에 품어 스스로 진화해 다시금 수천 년의 세월을 버티려고 한다. 엔진 장치를 이식받아 위협적인 형상을 한 미래의 나무는 양분을 저장하고 퍼트리는 일을 더 잘하는 우월한 어머니 나무가 됐다. 전시 공간 안에 우드 와이드 웹(The Wood-Wide-Web)을 설계하여 숲을 조성했다. 전체적인 모습은 장승과 노거수를 옆에 두고 돌무더기에 서낭신을 모시는 서낭당과 닮아서 다음 세대에도 취람(翠嵐)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단을 쌓은 듯하다. 내부에는 산란기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번성을 기원하는 주술처럼 퍼지고 관람객은 리모컨을 이용해 전시 공간 안에 여백을 포그(안개)로 채워 신성한 공간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제단 쌓기에 동참하기를 유도한다.

신예진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자연이 인간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계문명을 받아들인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현재의 우리가 자연과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와 답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작가 신예진의 작품은 ‘산업 문명을 받아들인 자연’을 가정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를 무한대로 상상하고 실험하는 사회생태학적 사유의 장이 된다. 각종 구성물과 더불어 신묘한 사운드 장치로 구현된 숭고한 제단 형식은 이러한 사유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차원에서 ‘상상의 도시·숲’을 구현하는 신예진의 전시는 오늘날 사회생태학적 담론을 성취하는 ‘숭고한 도시생태학’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평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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