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지난해까지는 정당현수막이 난립하여 무척 불편했다. 어느 날부턴가 지역 국회의원 사진이 크게 박힌 현수막이 네거리에서 내내 펄럭거리고 있어 저이는 현수막으로 정치하나 비난했더니 그 옆에 또 다른 정당의 현수막이 질세라 걸렸다. 촌스러운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의 굵은 글씨 현수막으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둘러싸인 네거리는 차라리 음산했다.

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현수막을 두고 ‘현수막은 도시의 붕대’라고 누군가가 힐난한 걸 기억한다. 정치광고는 상업광고에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문구의 끝판왕이었다. 현수막 정쟁이요, 깎아내리기 비방 경연에 방불했다. 생업을 위한 홍보가 아닌 정치광고 아닌가. 얼마든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삼박하게 할 수 있을텐데 현수막이라니 그 구태의연함에 기가 찼다. 내용은 또 얼마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가. 한창 글눈이 트여 간판의 글자나 거리의 글자를 보이는 대로 또박또박 읽는 6살 손녀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자의 뜻을 부지불식간에 물어댄다. 할머니 탄핵이 뭐예요? 친일매국 뭐예요? 민생은? 각성하라는? 대답하기 부끄러워 말꼬리를 다른 데로 돌린 적이 많았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구청에 신고 전화한 친구가 있었다. 정당 활동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하거나 설치하는 현수막은 허가가 필요없어 함부로 붙여도 되는 법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그러면 그렇지 법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저희를 위한 법을 은근슬쩍 잘도 만들었구나 공분했다. 전국민이 같은 생각이었을 테고, 지속적인 민원이 와글와글했다는 뉴스, 인천과 광주의 지자체가 따가운 민원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법적 공방이 있었다는 뉴스, 그 후 난립해 지저분하던 현수막이 작년 봄부턴가 좀 숙지막해진 듯했다. 국회의원 그들도 낯 뜨거워 자제하기로 했나 싶었더니 개수와 게첨 장소의 제한을 두는 가이드라인이 새로 만들어졌다나 뭐라나….

4월의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작년말부터 오는 전화와 문자는 더 심각하다. 시시때때로 오는 여론 조사 전화를 차단하기 위해 스팸 차단 앱을 깔았다. 전화번호 아래에 여론조사, 혹은 선거홍보임을 알려주어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어 유용하고 고마운 앱이었다. 그러나 가히 폭탄 수준인 문자는 차단할 방법이 없다. 광고문자와 달리 무료수신거부 전화번호가 없는 문자가 더 많다. 무작위로 보내는 것이라면 불편하고 나의 정보를 알고 보내는 것이라면 두렵기도 하다. 해가 바뀌면서 새해 인사를 시작으로 오기 시작한 문자는 설 명절 대목을 맞은 듯하다. 설연휴 잘 보내시라, 잘 보내고 있느냐, 잘 보내었냐며 나날이 알뜰살뜰 챙기는 설날 전후의 문자들. 연휴 마지막 날엔 명절증후군 없는 연휴 마무리하시고 내일 또 힘차게 시작!하란다. 수십 명의 국회의원 예비후보에게서 하루 수십 건의 문자가 쉼없이 띵똥거리는 것,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니다. 알림 소리가 싫어 꺼 두었다가는 정작 요긴한 메시지를 놓치게 되니 켜둘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문자 폭탄의 해방구는 어디 없을까. 귀찮고도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