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평범한 일상이다. 모처럼 가족 친지를 만나 새해 인사를 나누고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 섬기는 마음을 되새기는가 하면,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의 소망과 덕담을 나누는 모습들이 정겹기만 하다. 시대적인 상황과 모바일 환경의 변화로 온라인 성묘와 원격 세배, 원격 세뱃돈, 온라인 연하장 등 설날 풍속도가 다소 달라지긴 했어도 설날 아침 떡국을 먹는 풍속은 그대로인 것 같다. 설날에 떡국을 한 그릇 먹어야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말이 생겨나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

새해 첫날이나 설날이면 떡국을 먹고 나이도 한 살 더 먹으며 살아온 세월이 아슴푸레하고 까마득하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수십 그릇의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왔는데 과연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떡국이 의미하는 밥값이나 나잇값을 제대로 해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매일 끼니를 때우면서 가정이나 직장에서 밥 먹은 값은 제대로 했는지, 또한 지금까지의 나잇살을 먹으면서 사회와 세월에 부끄럽지 않게 나이값을 떳떳하게 해왔는지 내심 의아스럽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세끼 또는 두 끼의 밥을 먹으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툭하면 “밥값은 했나?” 또는 “밥값은 해야지”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그만큼 삶을 지속시키는 끼니가 중요하고 밥심으로 살아가는 나날이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일 밥을 먹으면서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고 구성원들을 위해 진정한 노력과 성의를 다했는가에 대한 자조적인 말로 쓰여 지기도 하지만, 주어진 임무나 위치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투로 일종의 욕처럼 쓰기도 한다. 그래서 특히 정치판이나 공직사회에서 일들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며 무사안일에 빠져있는 상황을 빗대어 얘기할 때 많이 쓰여 지기도 한다.

‘밥값은 참으로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쌀 한 톨이 일곱 근 나가는 무게라는데/지금 밥값 못하면 다음에 밥값할 수 있을까//밥값을 해야 한다 반드시 밥값하고 살아야지/스스로 다짐하고 되새기며 밥을 먹는다/그래, 꼭 밥값은 하고 살아야지 암 살아야지//저녁에 다시 밥을 먹으며 밥값을 생각했다/더운 김 모락모락 나는 밥 냄새 맡으며/‘사람이 밥이고 밥이 사람이다’라고 써본다 -윤석홍 시 ‘밥값 했는가’ 전문

밥값도 겨우 하는 사람들이 나잇값은 제대로 하고나 있을지 짐짓 궁금해진다.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나잇값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개탄스럽고 한심스럽기만 하다. 처세에 능하여 기회를 잘 타는 사람들보다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며 밥값을 올바르게 하고, 나잇값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존경받는 사회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다.

자신 있게 밥값 하고 나잇값 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테지만, 소리 없이 모두 밥값 하며 나이값을 해나가는 사람들로 사회가 한층 건전하고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