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드 노아이유 (공진호 옮김)

인생에 악착같이 밀착해야지

그것을 맹렬히 붙들어야지

이 날의 달콤함이 가시기 전에

나의 체온으로 영원한 온기를 남겨야지

모든 나라에 미치는 끝없는 바다는

변덕스러운 파도에 쓰고 짠

나의 고통을 쪽배처럼 흔들흔들

실어 나르겠지만

나는 남겨야지, 저 언덕에 나의 흔적을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던 나의 뜨거운 시선을

그러면 가시나무의 매미는 노래하겠지

나의 욕망이 부르는 날카로운 울음을

(하략)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여성 시인 안나 드 노아이유의 시. 사람이 삶에서 가장 욕망하는 것은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것 아닐까. 예술가들의 본질적 욕망은 거기 있는 것 아닐까. 세계라는 바다는 “나의 고통을” “실어 나”르지만, 그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뜨거운 시선”을 시로, 형상으로 표현하고, 이 세계 속에서 품게 된 “욕망이 부르는 날카로운 울음”을 노래하면서 이 바다를 항해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