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수 수필가
강길수 수필가

우리 사회가 걱정된다. 총선 두 달 앞. 예비후보들의 나라 사랑 없는 자찬 문자 폭탄에 짜증이 난다. 엎친 데 덮쳐, 한 자칭 성직자의 타락행위가 우리를 분노케 한다.

성직자 신분을 정치공작 도구로 쓴 사악함을 국민은 목도 했다. 목사를 자처하는 사람이 대통령영부인을 상대로 함정 몰카 범죄를 자행한 것이다. 그는 재작년 성직자 신분과 동향 출신을 내세워 관저 입주 전인 영부인에게 접근, 아무도 모르게 선물전달 몰카를 찍었다. 1년 반 가까이 두었다가 총선 직전에 영상을 공개하며, 무슨 투사인 양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저의가 무엇일까.

어느 종단(宗團) 할 것 없이 성직자가 정치꾼으로 타락하여, 국민을 허탈케 하고 종교에 정나미가 뚝 떨어지게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작년 성공회와 가톨릭의 성직자가,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떨어지기를 비는 기도문과 그림을 SNS에 올려 국민과 신자들을 절망케 했었다. 어떤 종단은 성직자들이 이권개입 칼부림까지 한 적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와 종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종교는 삶의 궁극 목적을 알려주며, 현세초월의 인생길을 안내하는 주체다. 하여, 성직자는 신앙 인도자이며 모범이다. 성직자가 현세에 집착하면, 그게 바로 타락일 것이다. 정치에 관여하거나 통일운동을 하는 성직자들은 대체 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걸까. 자기네가 신봉하는 교리나 신앙 규범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야 영위될 수 있음에도 하나같이 좌파적이거나 친북, 친중적일까. 오랫동안 성당에 다닌 나에겐, 이해할 수 없는 성직자 타락 현상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 민주, 풍요는 절대로 그저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벌써 이를 잊은 건가.

오늘의 나라 번영은 걸출한 선각 지도자들과 근면한 선배 국민이 함께 피땀으로 이룩한 것임을, 삿된 정치판에 물든 타락 성직자들이 알기나 할까.

예수그리스도의 죽음은 구원이란 종교적 진리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희생이었음이 사실이다. 죄 없는 종교 성자(聖者)들을 지금도 타락 성직자들이 능욕하고 있다.

타락 성직자들은, 그 종교의 창시자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눈에 보인다. 십자가 길을 걷지 않거나, 고행길을 따르지 않는 모습들이 드러나니까 말이다. 신자들은 종교집회에서 정치 선동을 당하고 싶지 않다. 함께 십자가를 진 성직자, 같이 고행하는 성직자와 살고 싶은 거다.

선교와 통일운동을 겸하는 성직자라면, 북한의 인권·자유·민주를 신장시키는 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성직자라고 정치적 신념을 못 가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종교의 공적 집회에서 성직자가 본인의 정치적 신념을 신앙이나 교리처럼 주장하면, 그가 바로 하늘에서 땅으로 타락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과정이 결과만큼 중요한 정치체제다. 만일, 선거 과정이 부정했다면 무효이듯, 성직자의 사악한 정치참여는 그의 타락이 된다. 부디 우리 사회의 성직자들이, 본분에 어긋나는 타락의 길을 가지 않기를 빈다. 그리하여, 국민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