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테마파크

인각사의 지붕과 삼국유사 서적의 모양을 형상화한 테마파크의 입구(가온문)를 통과하여 조금 걸으면, 거대한 신화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신화목은 환웅이 3천명의 무리를 이끌고 땅으로 내려왔던 태백산의 신단수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삼국유사를 주제로 하는 테마파크의 첫 장소이자 기이하고 환상적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로서 매우 상징적이다. 일단 방문객들은 17미터나 되는 그 크기에서 한 번,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공간스토리텔링에서 한 번 테마파크의 이미지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

공간스토리텔링은 ‘스토리나 담화를 반영하여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활동으로 서사에서 공간의 특징을 강조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 지역문화와 연계되어 조성되는 대부분의 복합적 역사문화공간은 공간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장소들이다. 공간스트리텔링의 이용자들은 어떤 특정한 세계관이나 역사관, 또는 그 공간만의 특별함을 체험하기를 원한다. 재미와 감동은 물론이고, 정서적 만족과 호기심 충족도 이뤄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에 표현된 이야기나 오브제가 관객과 상호소통이 잘 이뤄져야 하고, 타 장소와의 차별성도 필요하며, 디자인이 공간의 주제를 명확하게 표현해 관객의 몰입을 높여야 한다. 또한 체험되는 스토리텔링이 공감이나 감정 이입 등 체험자 자신의 이야기로 승화하여 좋은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 삼국유사는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어 다양한 공간스토리텔링의 표현이 가능하다.

삼국유사는 고려 승려 일연의 저서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역사서이자 신앙·풍속·전설 등 야사를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단군의 고조선 건국부터 삼국의 역사, 후삼국의 멸망, 고려의 건국 직전까지 들어 있으며, 민간과 사찰에 전해지는 설화도 다수 기술되어 있다.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권1 왕력에서는 삼국 및 가락·후삼국의 왕대와 연표를, 기이편에서는 고조선부터 삼국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였다. 권2 기이편은 신라 문무왕 이후 통일신라와 후백제 등을 기록하였다. 권3 홍법에서는 신라의 불법 전래와 불교 전래·역사와 번성 및 쇠락을, 탑상에서는 탑과 불상의 기록을 기술하였다. 권4 의해는 신라 학승 및 율사의 전기이며, 권5는 신주에서 밀교 신승의 사적을, 감통에서 근행감응을, 피온에서 행적을 감춘 고승을, 효선에서 사람들의 효행과 선행을 기록하였다.

 

가온누리관의 미추왕과 죽엽군.
가온누리관의 미추왕과 죽엽군.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삼국유사에 담긴 이야기와 그 역사성·우수성을 재조명하여 핵심 스토리를 중심으로 넓은 부지에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크게는 자연휴양과 놀이·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문화콘텐츠나 교류·수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 역사와 교육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분한다. 역사돔을 중심으로 해룡놀이터와 얼쑤먹거리촌에서는 휴양과 즐거움이 목적이다. 중국 남부에서 구한 대장경을 들고 귀국하던 승려들이 신룡까지 설득해 돌아와서 해룡왕사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혜통미로에서는 혜통스님을 따라 곳곳에 숨은 도둑을 잡아 볼 수 있다. 죽엽군 수련마당과 승마장 등에서 단체 교류나 수련활동도 체험할 수 있다. 죽엽군이란 이름은 신라 미추왕때 전쟁을 도운 의문의 군대가 미추왕이 보낸 대나무군이었다는 전설에서 따온 것이어서, 신라의 화랑들처럼 화랑정신을 갈고 닦길 바라는 뜻이 깃들어 있다. 역사와 교육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신단수를 지나 운사의 구름쉘터 양옆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왼쪽으로는 박혁거세의 신화를 표현한 알 건축물과 보살을 모티브로 한 영웅신화길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웅녀동굴과 벽면을 따라 고조선부터 삼국과 발해까지의 건국이야기 벽화가 그려져 있다. 천지인 폭포에서는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의미하는 세 줄기 물이 합쳐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감은못은 문무대왕릉을 축소하여 그 중앙에 형상을 놓은 연못으로 만 가지 파도를 잠재우는 만파식적과 마주 보고 있다. 바다를 건너 일본의 왕과 귀비가 된 연오랑세오녀 분수나 지증왕때 울릉도를 정복하기 위해 만든 지철로사자상 전망대 등 대중적인 설화는 현실 공간에서 재미를 더한다. 또한 향가 14수를 주제로 헌화가·서동요·우적가의 공간과 소원을 비는 단을 마련한 향가원도 좋은 공간스토리텔링이다. 특히 헌화언덕은 성덕왕 때 한 노인이 아름다운 수로부인에게 절벽에 핀 철쭉을 바치며 부른 헌화가를 상징하는 곳으로 철마다 꽃들이 장식되어 아름다움을 더하며, 꼭대기에 올라가면 바람개비와 탁 트인 정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가온누리관은 삼국유사관·설화체험관·일연대선사관·신화서클 영상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많은 부분을 만화의 형태로 전달하고 있다.

삼국유사테마파크에는 방대한 삼국유사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굵직한 이야기들이 그 몸체를 드러내고 있다. 환상 세계로 들어섰던 신단수를 지나 다시 현실로 돌아오며 삼국유사가 어렵지 않았던 까닭을 곰곰이 되돌아본다. 들은 적은 많지만 다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일연의 삼국유사를 공간스토리텔링으로 쉽게 풀어 놓았고, 체험과 놀이가 접목되어 있어 재미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최정화 스토리텔러